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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ure/Book review

[목공책 리뷰] 20. 목수일기 / 올레 토르스텐센 / 살림

by Neuls 2022.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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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라는 직업의 의미는 나무를 만지는 사람을 뜻한다. 예로부터 나무라는 재료를 사용하여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을 이렇게 불렀던 것이다. 집을 지을 때 주로 사용하던 재료가 나무였기 때문에 목수라 불렀다. 가구를 만들거나 생활에 쓸모 있는 것을 만드는 이들 역시 목수라 불리었다. 더 나아가 목재 그릇, 서각 그리고 조각을 하는 이들 역시 목수라 불리었다. 시간이 흘러 재료의 특성과 성질이 달라졌다. 하지만 아직도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목수라 부른다. 재료가 변했을지언정 그들이 하는 일과 내용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목공을 시작할 무렵에는 나무를 사용하여 가구를 만드는 사람이야 말로 목수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내용이 그들과 별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그들의 작업에, 일에, 현장을 더욱 관심 있게 바라보곤 한다. 땀 흘리며 자신의 생각과 감각을 물질적인 어떤 것으로 만드는 직업. 결과물의 질과 형태는 다를 수 있지만 그 지난한 과정을 통해 뚜렷하고 명확한 물질적인 어떤 것을 만드는 것. 그것이 목수의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사람의 목수가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작업하는 규모가 크던 작던, 작업의 과정 속에 필요한 기술을 익혀야 한다. 이러한 기술은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인류가 지금껏 사용해 오던 목공의 다양한 기술들을 익혀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신만의 경험을 잘 정리할 수도 있어야 한다. 또한 자신이 사용하는 공구와 재료들의 특징을 잘 알아야 한다. 아무리 기술 발전하여 편리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공구들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예전부터 사용해오던 공구들도 알아야 그 섬세함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목수가 만들거나 생산하는 건물이나 물건은 반드시 사람이 사용하게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든 안전하고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프레임을 구성해야 안전한지,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자신만의 경험을 쌓고 있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 사람이 살아가는 직업적 밥벌이로서의 의미도 무시할 수 없다. 기술과 실력이 좋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작업자와 의뢰인으로서 지켜야하는 위치와 선이 존재한다. 과도한 요구나 터무니없는 가격 덤핑은 제살을 깎아 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 적정한 선을 지키기 위해 목수로서의 실력을 각종 문서나 그림으로 표현해야 할 때도 분명 존재한다. 더구나 요즘처럼 인터넷이라는 온라인 세상에선 그 표현을 더욱 잘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기술과 감각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홍보을 해야 할 때도 있다. 무작정 자신의 요구만 들이미는 의뢰인을 거절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할 때도 분명 있다. 시대가 조금씩 변해가면서 요구하는 디자인의 변화와 다양한 기술의 변화도 스스로 채워 넣을 수 있는 용기와 노력도 필요하게 된다.

 

생각해보니 이러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데 8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듯하다. 멋모르고 시작했고 그렇기 때문에 작업 현장에서, 때론 현실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했다. 그 과정에 실수도 많았다. 과정의 생각을 정리하는라 꽤 오랫동안 고민을 해야 할 때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경험들을 이야기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누군가 옆에서 이러한 것들을 미리 알려주었더라면 조금을 쉽게 해결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조금은 더 힘을 내어 다음을 준비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그동안 살았던 목수의 삶을 조금 벗어나고 나서야 그 이면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을 잘 했고, 잘 못했는지. 이렇게 했으면 더 나았으리라는 작은 후회와 다짐들. 이러한 고민들을 하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책이 목수일기라는 책이었다.

 

대략 130년 된 집의 다락을 수리하여 새롭게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가는 한 목수의 이야기이다. 누군가가 그의 모습을 지켜보며 쓴 것이 아니라 그 목수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과정을 적어가면서 자신의 작업과 생각을 써내려간 책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하는 목수의 일이 거창하거나 대단하다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오히려 생활인으로서의 고민과 생각들을 솔직하게 담아내며 그 순간순간의 작업과정을 수수하게 기술한다. 때론 목수라는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며,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한다. 공사를 진행을 위해 의뢰인과 만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가감없이 드러내기도 한다. 오랫동안 목수라는 직업을 이어오면서 가지게 된 자신만의 철학을 표현하지만 그것이 일방적인 주장으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얻게 된 자신만의 생각을 잘 정리하였기에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 수많은 작업의 과정 속에서 자신이 생각했던 것을 드러내고 표현 할 수 있었기에 자신과 의뢰인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결과에 기뻐하며 끝을 맺는다.

 

 

나는 사람들이 내가 지닌 전문 지식과 기술로 나를 평가해주기를 바란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또 다른 기술자가 내 손이 거쳐가 일을 보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기를 바라기도 한다. 수백 년 전에 공사를 했던 기술자들도 당시에는 나와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따지고 보면 우리는 시간을 뛰어넘은 동료들이다. P.40

 

전문 지식이 오히려 목수에게 해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전문 지식을 완벽하게 숙지해야 하는 사람은 의뢰인이 아니라 목수이기 때문이다. 3자의 눈으로 보았을 때 목수는 모든 경우의 대답을 알고 있어야 하지만, 의뢰인은 순진한 어린아이처럼 아무것도 몰라도 해가 되지 않는다. P.102

 

공사를 할 때는 먼 앞날까지 생각해야 한다. 공사를 하다 보면 가끔 불가피하게 오류가 발생한다. 이때 이것을 바로잡는 일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일단 결정된 일은 뒤돌아보지 않고 추진해야 한다. 여기에서 바로 경험 많은 숙련된 목수와 그렇지 않은 목수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P.230

 

내게는 나만의 경험이 있다. 타인을 보고 배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나만의 개인적인 경험은 나의 인성이요 성격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목수로 살아간다는 것은 축적되는 경험을 통해 여러번 다시 태어나는 것과 같다. 몇 번의 공사를 하다보면 경험에 노련미까지 쌓인다. 피곤하고 아픈 등을 새것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은 아쉽지만 말이다. P.251

 

나는 소위 이러한 이케아 현상이 오늘날 사회의 시간 개념에 영향을 받은 건 아닌가 궁금하기도 하다. 어쩌면 이케아 현상은 현대사회가 낳은 또 하나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떤 물건의 품질 때문에 그 물건을 새로 바꾸려는 필요성을 느낀다. 하지만 어떤 것을 새것으로 바꾸고 싶어하는 욕구는 물거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이 한 물건을 오래 소유하고 사용하는 데 싫증을 느낀다면 굳이 수명이 오래가는 물건을 만들 필요가 있겠는가. 나처럼 물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과 반대로 물건을 자주 새것으로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 때문에 어떤 물건을 제조하는 데는 딜레마가 존재하게 된다. P.315

 

 

PS. 어렵게 써내려간 책이 아니다. 오히려 목공의 작업, 특히 집수리의 작업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쉽게 읽을 수 있다. 물론 집을 수리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 과정을 고민하고 선택하는 한 목수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하면 편할 듯 하다. 개인적으론 그동안 생각만하던 것들을 정리할 수 있었기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이 후 언젠가 다시 목공을 시작하게 된다면 다른 의미와 생각들을 담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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