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소중한 일이다. 아마도 평생 책을 읽으려 노력할 것이고, 또 읽을 것이다. 그 활자들 속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이야기들과 재미들을 어찌 외면할 수 있단 말인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삶의 이야기들을 먼저 읽을 것이고,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들을 통해 나의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할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한다. 또한 아직도 읽어야 하는 책들을 생각하며 많은 것들을 궁금해 하며 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고 놓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눈이 침침해지면, 녹내장이나 백내장 같은 안과질환이 아니더라도 나이가 들며 나타나는 노안을 생각하면 약간의 우울감에 빠지기도 한다. 물론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이와 관련된 기술들도 발전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기에 대안이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키에의 감정은 남다르게 다가온다. 책을 사랑하다 못해 아예 책방을 운영하던 피키에. 그가 팔았던 책들과 사랑하는 문학 속에서 그가 살아 온 삶의 고스란히 적혀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의 삶이 책 속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삶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들과 경험들이 책으로 이어져 있었기에, 행복했던 한 때의 추억을 되새김질 할 수 있었고, 회한과 후회의 한 숨에 더욱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시간의 경험과 추억은 책을 통해 더 풍부해 질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더 넓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읽는 것이 아닌 책을 들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은 더욱 특별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어주는 한 청년의 목소리를 통해 자신의 젊을 시절을 되짚어보고, 청년의 사랑을 느끼며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한 사람을 떠올릴 수 있게 된다. 아무리 사회적 윤리와 기준에 맞춰 살아간다 하더라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 인간 본연의 모습과 사랑은 그 누구도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는 듯 그 욕망의 한 자락을 들춰내기도 한다. 어차피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한계 속에서 아웅다웅하고 살아가고 있음을 미소로 드러내듯이...
그래서 책을 읽는 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 또는 지혜를 배운다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다시 읽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하곤 한다. 머리로 이해하고 안다고 믿는 생각 자체에 오류가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 생각과 감정은 때로 따로 움직일 수 있고, 우리는 그 속에서 항상 헤매고 있다는 생각. 오히려 그 감정이 더 소중할 때가 있으며 그 소중한 감정의 느낌을 잘 간직할 수 있다면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래서 다행이라는 느낌마저 드는 이시간.
PS. 책의 구성과 내용이 극적이거나 부드럽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책을 낭독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작가의 경험 때문인지는 몰라도 때론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물론 프랑스 소설들의 특징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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