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신학을 공부하며 성직자의 길을 걸어가겠다 다짐한 적이 있었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종교적 삶은 일상이었고 당연한 과정으로 여겼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개인적인 종교적 체험은 이러한 생각을 더욱 부추기고 강화시켰다. 그렇게 신학대에 들어가 공부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진리”라는 단어. 종교 안에서 진리는 가장 중요한 화두일 수밖에 없다. 그 단어는 종교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정의라 할 수 있다. 혼란스러운 세상과 불완전한 인간들에게 진리는 따라야하는 명제이며 선언이기 때문이며, 진리의 한 조각으로 불완전한 인간을 채워야하며, 혼란스러운 세상을 안정화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종교의 최종 목표이며, 그것이야 말로 하느님의 세상을 만드는 이정표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진리라는 단어, 또는 하느님이라는 절대 존재에 대한 고민과 철학적 논쟁은 학부를 다니면서 끊임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각자의 삶의 방식과 살아 온 과정이 다를 수밖에 없기에 그 단어 또는 정의의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진리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시작하여 개인의 의미, 더 나아가 사회에서의 의미가 무언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필연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되고, 결국 그 고민의 본질 자체를 잃어버리게 된다. 즉 우리가 존재하고 사는 과정에선 절대 그 진리를 찾을 수 없다는 좌절감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가 자유케 하리라. 요한복음 8장 31절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진리의 내용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결국 그 모든 것이 나를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내가 어떤 사람이고 그 것이 외부로 표출될 때 어떻게 표현되는 지를 말이다. 이로부터 시작하여 외부로 나아가는 것. 어찌보면 그 과정에서 때론 상대방과 나를 비교할 수도 있을 테다. 상대를 통해 내가 배워야 할 것들을 배울수도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다른 것들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겪에 될지도 모를 일이다. 또는 다양한 사건들과 관계들을 맺게 될 것이다. 이러한 수많은 과정들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는 것.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성인들, 즉 예수, 부처 등 대부분의 인물들이 자기 자신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여 그 무언가에 닿은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러면 그 끝은 무엇일까. 나는 그 끝을 만날 수 있으며, 알 수 있을까? 글쎄. 모를 일이다. 오히려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 생각된다. 가능한다 하더라도 내가 그 순간을 인식하거나 기억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 모든 순간들이 지금 어느 순간에 스쳐 지나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 헤세는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일까? 두 번째 읽는 것이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오히려 그 끝이 너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무언가 대단한 것이 있으리라 기대한 나의 욕망이 너무 컸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그 끝점을 고민하고 생각하려 하지만 잘 모르겠다. 그것은 책의 내용처럼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끊임없는 이런 고민의 끝이라는 것이 ‘사라짐’ 또는 무위로 돌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유년시절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기억으로 돌아가는 것인지도...
PS. 두 번 이상 읽은 책이지만 알 듯 모를 듯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다만 한 인간이 성장해가는, 또는 경험해가는 사건들과 시간의 흐름을 통해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결론을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듯한 독백이 들리는 듯 하다. 오히려 당신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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