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리뷰] 023. Bob Flexner의 목재 마감 / 밥 플렉스너 / 김준형,정연집 옮김 / 모눈종이

 

 

 

 

 

 

 

 

처음 목공을 접했을 때가 생각난다. 인테리어 알바를 하면서 목공에 대한 막연한 생각들이 있었지만, 본격적인 가구 목공을 시작하면서 꽤 많이 당황했다. 인테리어에선 생각보다 많은 여유, 빈틈이나 오차가 발생하더라도 다음 작업에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가구 목공에선 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생각했던 것 보다 오차에 대한 여유가 별로 없었고 무리하여 작업하다보면 완성된 가구의 형태나 틀어짐이 컸다. 그렇기 때문에 가구 목공을 할 때 필요한 자세와 작업 방법을 수정하느라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다시 만들거나 클레임으로 인해 민망할 때도 종종 있었다. 습관이 중요했던 것, 그리고 실수를 줄이는 방법을 귀찮아하지 않고 꾸준히 해나가는 것. 그것이 중요했던 것이다.

 

 

그 다음으로 어려웠던 부분이 가구마감법이다. 마감은 가구의 끝을 의미한다. 즉 형태를 만들고 난 뒤 가구의 미적요소를 부각시키는 것과 동시에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만드는 과정이다. 특히 미적인 부분은 잠시 접어두자.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위해선 마감을 잘 해야 한다. 그것은 가구를 만들 때 목재를 사용하게 된다면 꼭 받아들여야 하는 진실, 수축과 팽윤. 또한 자주 사용하는 가구의 경우 표면이 거칠어지거나 오염으로 인해 지저분해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마감이다. 처음 마감을 할때에는 그냥 수성바니쉬로 잘 칠하면 되는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목재의 종류와 가구의 사용처에 따라 달라지는 마감법들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오일로 마감을 할 경우 하도, 중도, 상도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을 통해 목재의 색을 깊이 있게 만들어내는 것과 동시에 다른 느낌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감에 대한 공부의 필요성을 점점 더 인식하게 되었다. 하지만 관련된 정보들을 쉽게 얻을 수 없었다. 제대로 된 책은 물론이거니와 가구 마감을 잘 한다고 알려진 사람에게 배우려 했지만 생각보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공방에서 혼자서 이리 저리 실험해보고 꽤 오랜 시간동안 연습을 하면서 하나씩 쌓아갈 수 있었다. 물론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마감과 관련된 정보들을 이어 붙이는 작업을 동시에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더 깊이있게 배우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깊이 있는 내용을 알고 있는 이들도 별로 없었다. 그러다 결국 아마존을 통해 책을 검색했고 그러다 우연히 만나게 된 원서가 바로 “Understanding Wood Finishing”이었다. 하지만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나로선 그 책 전부를 이해할 수 없었고 필요한 부분만 간신히 말도 안 되는 번역을 하면서 조금씩 이해해 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에 도착하게 된다. 어려운 용어들의 이해가... 너무나 답답한 나머지 영어를 잘하는 지인에게 번역을 부탁해보기도 했지만 비용도 비용이지만 전문용어를 해석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포기를 했다. 때때로 필요한 부분을 위해서만 책장에서 꺼내 살펴보곤 했다. 그리고 언젠간, 10년은 걸릴 거라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5년 정도 걸릴 듯하다. 그렇기에 이 책이 번역되었다는 것에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마감법은 가구를 만들면서 필요한 마감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담은 책이라 할 수 있다. 가구의 용도별, 목재마다 필요한 마감법이 다르다. 개인적인 성향과 방향성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한 마감법을 통일하여 스스로 원하는 마감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책이다. 물론 현대 목공에서 사용하는 더 많은 마감법들이 존재한다. 기술이 발전하고 마감의 재료가 좋아지면서 더 많은 마감법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러한 마감법들도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마감을 통해 점점 발전해갔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인 마감의 이해를 높이고 깊이 있는 마감을 하고자 한다면 이 책을 통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본인 역시 마감에 대한 용어와 과정을 다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에 이 책을 통해 더 배울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PS. 생각해보니 목공과 관련한 좋은 책들이 많이 번역되고 있다. 가구를 만드는 법이나 목재의 이해를 높이는 책들은 이미 많이 소개되었다. 그동안 씨아이알 출판사에서 꽤 많이 출간되었다. 그리고 얼마전부터 모눈종이 출판사에서 목공과 관련한 책들을 지속적으로 번역하고 있다. 그만큼 목공과 관련한 이해와 욕구들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솔직히 이 책이 번역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우려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 전에 발간한 가구 구조 교과서의 경우 첨부된 사진들의 질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펼쳐보니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원서와 동일한 품질의 사진이 사용되었고 마감을 하는 이유, 마감의 방법 더 나아가 화학적 결합에 대한 이해까지. 그동안 미뤄두었던 마감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인적으론 번역되었지만 지금은 절판되어 구하지 못하는 책. 테지 프리들의 목공이 다시 번역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오래된 책이지만 그 속에 담겨진 방법론 등은 다양한 방법들을 적용함에 있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불어 넣기 충분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말이 길었다. 아무튼 좋은 가구 마감법 책이 출간되었다. 공부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