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작업으로 소란스러웠던 공방의 소음이 잦아든 시간. 조금의 움직임에도 작은 알갱이의 톱밥이 흩날리며 산란하던 공방의 빛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아직 비어있는 곳이 많았던 탓에 소리의 울림이 남아있던 공방의 한켠에 두 개의 의자와 두 사람이 앉아있다. 한 사람은 조심스러운 듯 무엇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얼굴이 역력하다. 고개를 떨구고 바닥을 보고 있지만 무엇을 먼저 이야기해야 할지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반대편에 앉은 사람은 무심히 공방 내부를 바라보고 있다.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들이 있는 듯한 표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바닥을 보고 있던 사람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글쎄 나도 모르겠는데. 그냥 접는 게 좋을까? 흠... 아깝기는 하다. 무언가 더 할 수 있을 것도 같고. 재미는 있냐? 재미는 모르겠고, 잘 할 수 있는 일이기는 할 것 같네. 그럼 1년만 더 해볼까? 그래볼까... 내려앉기 시작한 먼지 같은 톱밥이 두툼한 층을 만들기 시작했다. 훅하고 불면 금세 날아갈 것이 분명했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쌓이고 또 쌓이기 시작했다. 오늘도, 내일도 그렇게...
대단한 의미부여, 꼭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 그런 것들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가볍게 생각하고 가볍게 일을 시작했다. 재미가 있었지만 인생을 걸만한 재미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기보다 일단 이걸 해보는 것도 좋으리라는 생각. 그런 생각에 시작한 일이었다. 그렇게 1년을 고민하기 위해 일을 시작했고, 이러한 대화는 매년 이어졌다. 매년 서로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면서 웃기도 하였다. 서로 나도 모르겠다는 말이 오고갔고 그렇게 웃으며 한 해, 한 해를 넘겨 왔다. 물론 이렇게 1년을 넘기면서 쉬웠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 1년을 채우기 위해 생각보다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해야 했고, 넘어야 할 산이 그렇게 많지 예상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1년을 넘고나면 또 다음 1년을 그렇게 넘어갔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듯 하다.
결국 두 사람이 남은 공방에서 각자의 역할을 나누어야 했다. 처음 어떻게 일을 나누고 역할을 해야 할지, 그 영역의 구분은 생각보다 쉬웠다. 같이 일하는 형님의 역량, 그렇다고 일의 능력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주문 들어오는 모든 작업의 제작을 맡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나에게 남은 일들은 그것 이외의 모든 것. 홍보, 디자인, 제작, 주문응대, 교육 등 전반적인 공방운영에 필요한 일들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복잡하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단순히 제작에만 신경 쓰던 것을 확장하면 된다며 단순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시작이 그토록 많은 생각을 해야 하고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며, 스스로 많은 것들을 정리해야만 하는지를 예상하지 못했다. 그 모든 일들이 복합적인 문제들로 드러나기 시작했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 감조차 잡지 못했다. 제작에만 신경 쓰던 상황에선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한 순간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무엇을 먼저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정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이러한 정리의 과정이 쉽지 않았다. 당장 하루 일과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할 수 있는 것들을 구분해 내야 하기에 무엇을 우선순위로 해야 할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가장 먼저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시작한 것이 블로그 관리였다.
지금이야 다양한 SNS가 있고 이를 통해 공방의 홍보와 가구제작 마케팅을 손쉽게 할 수 있다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그렇게 활성화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홍보는 블로그를 통해 이루어졌고 대부분의 공방 홍보 역시 그러하였다. 운영하던 공방 역시 블로그가 있기는 했지만 무늬만 블로그였다. 교육과 제작에 관련한 홍보물을 올리긴 했지만 그 외의 것들은 전혀 올리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었다. 당연히 홍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조회수나 컨텐츠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공방의 블로그를 참고하기 시작했다. 나름 유명하다는 공방 블로그나 목공 블로그를 열심히 찾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찾으면 찾을수록 답답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대부분의 블로그들이 글은 고사하고 사진과 간단한 코맨트, 그리고 공방에 대한 홍보 이외에는 찾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중요하게 생각하던 컨텐츠는 부실하기 짝이 없었고 때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냥 당장의 홍보를 위해서 올리는 그것 이상도 아니었다. 이런 블로그를 운영하기보다 조금 더 나은 정보가 소통되는 블로그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당장 다양한 컨텐츠를 올릴 능력이 없었다. 또한 블로그에 올려지는 글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어느 정도의 길이로 할 것인가부터 시작하여 어떤 사진을 올려야 할지도 정하지 못했다. 그렇게 한 달 정도를 고민했다. 물론 이렇게 고민만 하여 딱히 정리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일단 무엇이라도 올리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이르게 되었고 첫 번째 글을 올리게 된다. 지금 생각하면 별 내용도 없고 부끄러운 글이라 기억한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나씩 쌓아갈 수밖에 없었고, 꾸준히 해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가능하면 일주일에 2개의 글을, 한 달에 한 편은 목공정보와 관련한 글을, 그리고 가구제작의 경우 그 과정을 볼 수 있도록 틈날 때마다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초라했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올리기 시작한 블로그는 마지막 공방을 정리할 때 이웃만 3,000명 정도 되었고, 하루 조회수가 400회가 넘었다. 목공과 관련한 컨텐츠도 확장하여 목공책, 목공수업 등 다양한 정보를 올리려 노력했다. 당연히 이렇게 쌓여간 글들이 홍보에 도움을 주었다. 이후 목공수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블로그 홍보를 하였고, 이로 인해 공방의 성장에 주요 동력이 된다. 당연하게도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블로그 역시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당시의 카테고리를 좀 더 세밀하게 정리하였고, 컨텐츠의 내용을 확장한 형태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당연히 컨텐츠라 생각한다. 블로그의 글이 경어체나 평어인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 블로그가 담고 있는 컨텐츠가 무엇이냐에 따라 홍보의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생각한다. 물론 지금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에도 보강해야 할 것들이 많다. 추가해야 할 컨텐츠들을 고민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지금 내가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공방이 있는 것이 좋다.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조금씩 그 내용을 채워가기 위해 준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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