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처음 가구를 만드는 경험을 한 이후 꽤 많은 가구들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식탁을 비롯하여 책장, 책상, 수납장과 침대, 그리고 옷장까지. 대부분의 가구들을 만들면서 나름의 만족감을 느낀 것이 사실이다.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가능성. 어쩌면 대부분의 취목을 시작하는 이들이 가구 제작을 하면서 느끼게 될 법한 그러한 기분을 느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느낌과 기분은 아직도 이 일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첫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땀을 흘리고 노력하여 무언가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매력은, 현대 사회에서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 일이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그런 의미부여를 한다 하더라도 제작을 하는 기술을 배우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정리하는 과정은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가구를 만든다는 것의 의미,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가구의 활용성, 더 나아가 디자인이라 부르는 미적인 감각까지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것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놓여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을 이어나아가면, 하루하루 이어지는 작업이 쌓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쌓인 것들 속에서 무언가 돋아나기 시작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지도 모른다. 점점 이러한 생각과 고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기술적인 부분, 가구를 제작하는 기능적인 능력, 가장 기본적인 것을 갖추는 과정부터가 쉽지 않는 과정이었다. 처음 가구를 제작할 때에는 간단한 공구와 조립방법으로 가능했다. 물론 목공기계를 사용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테이블쏘나 밴드쏘 그리고 자동대패 등과 같은 기계가 가지고 있는 특징과 원리를 이해해야 했고, 작업을 위한 다양한 가공방식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실질적인 가구의 제작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미 공방에서 적용하고 있는 제작 방식이 있었고 그 방식을 따라 제작하면 대부분의 가구를 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 두 해를 보내고 난 뒤부터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왜 가구를 이렇게 제작하는 것일까. 가구를 제작함에 있어 이렇게 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일까. 사용하는 목재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많이 사용하는 목재인 소나무류, 즉 라디에이터파인 또는 레드파인 이외의 목재로 가구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가구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법이나 다른 가공방법은 없는 것일까하는 생각들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때론 수공구나 짜임 등을 활용하여 제작하는 방법을 배울 수는 없을까 하는 욕구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어찌 보면 너무나 간단하여 너무 쉬운 제작방식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무언가 어려운 작업을 통해 만들어야만 제대로 된 가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왜 이렇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와 공부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한 생각과 고민의 기저에는 아직 내가 만들고자 하는 것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가구의 완성도와 품질을 높힐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고민에도 불구하고 목공 기술에 대해 배우거나 익힐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미 공방은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문을 임시로 닫을 수도 없었다. 하루의 일과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잠시 문을 닫는 다는 것이 쉬울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나타나는 금전적, 경제적 타격을 감내하기란 쉼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을 이어가면서 스스로의 방법을 최대한 찾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래서 찾기 시작한 것이 인터넷을 통해 자료들을 찾아보는 방법과 목공 책을 통해 목공 기술을 스스로 익히는 방법이었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흩날리던 톱밥들이 공방의 표면에 쌓이기 시작할 시간이 되면 컴퓨터 앞에 앉아 검색을 시작했다. 당연히 목공과 관련한 자료들을 찾기 위해서였다. 당연히 쉽지 않았다. 요즘은 다양한 목공 정보들을 블로그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목공과 관련한 다양한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쉽게 시청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그러한 전문적인 기술에 해당하는 자료는 찾기가 쉽지 않았다. 대부분 취목 또는 간단한 공구를 통한 제작 방식들은 이미 운영하는 공방에서 적용하고 있는 기술이었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러한 아쉬운 검색 결과들에도 실망만 할 수 없기에 몇날 며칠을 밤늦게까지 검색을 이어갔다. 그러다 그동안 찾고 있던 목공과 관련한 자료들을 올리고 있는 블로그를 만나게 된다. 취목(취미목공)을 하던 사람이었다. 어떻게 목공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생각보다 꽤 좋은 자료들을 블로그를 통해 공유하고 있었다. 목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부터 시작하여 전문적인 목공과 관련한 정보들을 올리고 있었다. 특히 해외 목공 서적들의 내용들을 일부 발췌하여 번역하여 올리는 자료들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자료들이 대부분이었다. 더구나 기술과 자료들에 대해, 특히 목공과 관련하여 폐쇄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당시 상황에선 가장 도움이 되었던 자료들이었다. (참고로 이 블로그를 운영했던 이가 나중에 미국 목공서적을 번역하여 출간하기도 하였다.)
이런 검색과 함께 목공책에 대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물론 당시에도 목공과 관련한 책들은 국내에도 꽤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DIY가구라는 가구제작의 방향성으로 인해 제작기술의 한계는 명확했다. 더구나 목재에 대한 이해와 설명은 전무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시간이 될 때마다 온라인 서점에서 검색을 하였지만 잘 만들어진 목공책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다 알게 된 두 권의 책으로 목공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과정을 정리할 수 있게 된다. 한 권은 “아름다운 목가구 만들기”라는 책이었고 다른 하나는 “테지프리드의 목공”이라는 책이었다. “아름다운 목가우 만들기”는 목공과 관련한 기초부터 응용까지 이해할 수 있게 쓰여진 책으로 미국 원서를 번역한 책이었다. 가장 알아보기 어려웠던 부분, 즉 목재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하여 가구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생각보다 목재에 대한 이해가 낮다. 이러한 낮은 이해와 이론으로 인해 한번 소비하고 버려지는 가구의 문화가 자리잡게 되었다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론과 실전을 함께 겸비한 책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또한 다양한 공구와 기계를 활용하여 목재를 가공하는 방법을 수록하여 기술적인 부분 역시 도움을 주기에 충분한 책으로 지금까지도 괜찮은 책이라 생각하는 목공책이다. 또다른 책으로 “테지프리드의 목공”은 너무 빠른 시기에 번역되어 아쉽게 사라진 책이라 생각한다. 오래전 미국에서 활동하던 목수 ‘테지프리드’가 쓴 책으로 너무 오래되어 현대 목공과 어울리지 않는 공구들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목공의 과정, 특히 가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해야 하는 전반적인 과정을 설명하고 있어 목공의 기본이 되는 책이라 생각한다. 다만 당시에는 이미 번역서가 절판되어 구하기 어려웠고 복사판을 알음알음 구해 볼 수 있었다. 아무튼 이 두 권의 책을 기본으로 읽고 또 읽었다. 목재의 이해와 작업하는 과정에서 알아야 하는 것을 추려내고 적용하려 노력했다.
물론 이 두 권의 책으로 모든 가구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가구의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구를 제작함에 있어 가구의 구조를 아는 것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그 구조를 알아야 튼튼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제작할 수 있으며, 제작 과정의 순서를 정리할 수 있다. 제작 과정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적 부분 역시 이 부분을 이해해야 가능하다. 결국 알라딘 온라인 서점이 아마존 해외 서적과 연계하기 시작하였기에 원서들을 같이 구매하기 시작했다. 책상, 식탁, 수납장, 서랍장 등 기본적인 가구의 구조와 형태를 알 수 있는 책들을 주문하였다. 아직도 그 책들이 책장의 한켠에 자리하고 있다. 다행이 좋은 책이라 생각했던 몇 종의 책들이 번역되어 같이 자리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온라인과 책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을 공방에서 하나 둘 적용해보기 시작했다. 쉽게 되는 것도 있었고 장비나 공구가 부족해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나씩 정리해가면서 목공과 관련한 이해와 가술을 쌓아갈 수 있었고 이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기회가 될 때마다 기술적인 적용을 위해 작업하였다. 당연히 작업 시간이 늘어지고 오래 걸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적용해가면서 점점 시간을 줄여갈 수 있었고 내가 작업하고자 하는 방식을 조금씩 쌓아갈 수 있었다. 그렇다고 작업 과정에서의 실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다. 무언가를 배웠다고 하여 바로 적용하고 완벽하게 만들 수 없다. 목공 역시 그러한 또다른 과정이 필요하다. 수없는 실수과 실패가 있었다. 기본으로 지켜야 하는 목재의 가공을 비롯하여 쉽게 생각했던 결구에서의 실수도 있었다. 바로 그 자리에서 실수를 수정할 수 있다면 다행이었다. 다 완성하고 난 뒤 실수가 발견되면 가구를 통째로 다시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당연히 왜, 무엇을, 어디서 실수하게 되었는지 스스로 피드백 할 수밖에 없었다. 때론 짜증과 입 밖으로 욕이 나온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작업을 해야 했다. 화가 나는 마음을 진정하고 처음부터 끝까지의 과정을 다시 밟아 나가기를 수없이 진행했다. 그리고 그러한 시간의 과정이 가구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만들었고, 가구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아직도 배워야 할 것들이 많고 이해해야 할 것들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한다. 또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할지도 모른다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과정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러한 경험과 과정이 결국 나의 것이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게 보낸 시간, 대략 7년이라는 시간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이렇게 어렵게 익히지 않고 누군가에게 잘 정리된 방법으로 배울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만약 그렇게 배우고 안정적인 과정을 거칠 수 있었다면 이후 공방의 운영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만약 그랬다면 많은 부분이 달라졌으리라 생각하기도 한다. 제작하는 가구의 종류와 목재의 종류를 통해 운영하고자 하는 공방의 형태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판매와 목공교육의 방식이 전혀 다른 방식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더 안정적이고 공방다운 공방을 운영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공방 운영에서 필요한 그 모든 것들 중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목공기술에 대한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고 익힌 다음 공방을 운영하였다면... 그런 생각들... 그런 아쉬움이 당연히 존재한다. 더구나 몇 년 전 공방을 정리하며 이런 아쉬움을 꽤 오랫동안 생각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의 시간의 과정이 거기까지였고, 당장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러한 경험을 통해 다음에 다시 공방을 운영하게 된다면... 다르게 할 수 있게다는 생각, 다르게 접근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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