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말한다. 어디선가 무섭고 커다란 개가 있다고. 그 개가 밤이면 나타나 황야를 헤매는 사람들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 누구도 그 개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어디에 사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저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들이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옮겨 다닐 뿐이다. 그렇게 존재하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존재는 어느덧 사실이 되고 진실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은 밤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한다. 혹여 바람이 불며 주변의 사위를 삼키듯 비가 내리는 날이면 문을 꼭꼭 걸어 닫고 무사히 오늘 밤이 지나가기만을 바란다. 그러다 생각지도 못한 시신이 발견되면 그 모든 원인과 결과가 아직 보지 못한 존재로 향하고 만다. 그들의 두려움은 이미 머릿속을 넘어서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고 만다.
누군가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라 말한 적이 있다. 한 때 나 역시 인간은 그런 존재라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그 말을 수정해야 할 듯 보인다. 아니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이고 싶은 존재일 뿐이라고. 항상 무언가에 두려움을 느끼는 존재이다. 그것이 사람일 수도 있고 그것은 어떤 사회적 문제일 수도 있다. 처음 그 두려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에는 생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와 풍문이 계속 떠돌아다니기 시작하면 어느 샌가 원인 모를 두려움이 자리잡기 시작한다. 그 두려움이 조금씩 살을 붙이기 시작하고 두려움의 사실을 조금씩 부풀여 나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두려움은 단 하나의 사건, 또는 계기로 인해 확정적인 사실인 것처럼 존재하기 시작한다. 그것의 원인과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그 사건 하나로 모든 것이 규정되기 시작하며 두려움의 확증이 이루어지게 될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리하기 시작한 어떠한 이성적인 판단을 위한 행동 또는 분석은 필요 없게 된다. 그저 그 사건 하나만 남게 되고, 그걸로 인한 모든 판단의 근거로 제시된다.
여기서 가장 기분 나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바로 그 사건의 원인을 자신의 이익을 가져가려 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그 문제 또는 두려움은 중요하지 않다. 두려움을 느끼기보다 그것이 가져다주는 이점 또는 이익에만 관심을 가질 뿐이다. 그렇기에 그것을 어떻게 하면 자신의 것으로 만들 것인지, 그리고 부풀어 오른 두려움의 내용을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만 집중한다. 어쩌면 이 또한 인간의 모습일런지도 모른다. 이성적인 척 하지만 그러지 못한, 때론 더 나아가 그 상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인간. 물론 이런 인간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중 일부는 그 상황에 대해 판단을 하려하고 그것을 이해하려 하는 사람들도 있다. 원인을 분석하력하고 두려움의 근거를 찾아내려 한다. 모든 사람들 아니라고 말 할 때, 그들은 다른 관점과 생각을 동원하여 진실을 파헤치려 한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역부족이다. 그것이 증명되고 밝혀지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수많은 소음이 발행한다.
간단하게 읽으려 했던 장르 소설에서 꽤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그런 작품이다. 무엇이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기보다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서,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생각하게 되는 그런 소설. 분명 무거운 내용은 아니었음에도 그 무거움이 느껴졌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글쎄.. 그것은 알 수 없다. 그렇게 생각을 이어나가다 에밀 졸라의 소설 ‘인간 짐승’이 생각났다.
PS. 읽는 내내 독특함이 느껴졌다. 이전에 읽었던 셜록 홈즈의 경쾌함보다는 어두움과 두려움이 묻어나는 그런 소설이다. 때론 인간의 두려움에 대한 이해를 받아들이기 쉽게 풀어낸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전의 셜록 홈즈와 다른 모습이 담겨진 그런 소설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밤. 짧은 시간이나마 그 더위를 잊게 해준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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