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목가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물론 아직 멀었다고 생각되지만..)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 가구들이 소개되고 있고, 일부 유명한 디자인 가구 브랜드의 경우 성공하는 경우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허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목공, 특히 가구 분야의 다양함은 부족하다. 질적인 성장 이전에 양적인 성장도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가구를 만드는 이들이 조금씩 늘어나곤 있지만 그 수익은 생활하기 조차 어렵다. 더구나 대량생산의 중국산이 넘쳐나는 현재, 개성이 있는 공방이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어쩌다 목수가 된 나 역시 그러하다. 생활의 밥벌이로서 목공을 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저러한 어려움이 있으니 각오하고 덤비라고 음름장을 놓기도한다. 그럼에도 이곳 저곳에서 많은 이들이 목공을 시작하고 있고 그 중 젊은 목수들도 꽤 늘어나고 있다. 생활이 어려운 것을 넘어서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의 의미와 생산적인 활동이라는 장점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젊은 목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근래에 들어 공방의 이름 앞에 'Studio'라는 명칭을 붙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공방의 작업장만으로 가구의 형태와 디자인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SNS등을 사용해도 된다곤 하지만 아직까진 가구의 경우 직접 보고 만지면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고, 온라인 상의 사진과 현장의 모습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러한 경향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동안의 주문제작 방식의 한계를 넘어서 자신만의 디자인으로 승부하고자하는 목수들이 늘어났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은 전반적인 목수들의 성향과 맞기도 하다. 자신의 색을 드러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원목가구 전반적인 다양성과 질적 성장에 자극이 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야 하기에 스스로 해야 할 것들이 많다. 단순히 가구 제작을 위한 기술을 끊임없이 익혀야 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디자인을 고민해야 한다.
"인풋이 많아야 아웃풋이 많다. 많이 보고 여행도 다녀야 한다. 어느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한국 사람의 손재주가 유럽 사람보다 백배는 뛰어나다고 한다. 그런데 유럽 사람만큼 디자인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본 것이 없이 컸기 때문이란다."
하나의 공방을 운영하기 위해선 기술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다양한 방식의 홍보와 마케팅이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다른 공방들과의 차별점을 부각하고 이를 잘 전달해야 공방 자체가 살아남을 수 있다. 더구나 현대 사회는 다양한 SNS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고 온라인을 통한 홍보도 잘해야 한다. 그리고 제작된 가구들의 사진도 잘 찍어야 한다. 그야말로 만능 엔터테이너급이 되어야 하는 현실. 지금 젊은 목수들이 처해있는 상황이다. 이부분은 지금 대부분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처해 있는 위기와도 이어진다. 지금까진 오프라인에서 또는 지역을 거점을 삼아 사업을 운영해도 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이러한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홍보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온라인을 통해 검색하고 찾아본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사업장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러한 상황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야 할 것들과 신경써야 할 것들이 늘어나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젊은 목수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목공의 매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몸을 움직이고 활동하며 무언가 쓸모있는 것, 그 중에서도 가구를 만드는 것. 그리고 그것에 자신만의 생각과 의도를 담아 드러내는 것. 그것이 목공이 주는 목수들이 이야기하는 최고의 장점이라 할 것이다. 그렇기에 해야할 것들이 많고 익혀야 할 것들이 많더라도 그 시간을 참으며 지금껏 해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속에는 이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많은 고민과 걱정들이 있다. 그 속에서 일하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는 이야기들. 때론 감추고 싶은 것들도 있을 것이고 쉽게 털어놓이 못하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지금 목수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를 찾아가 이런저런 조언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통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하는 것들을 구분하여 정리해야 한다.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정작 목수의 삶이 어떤 것인지 알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 쯤 정독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 막연히 멋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을 접고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미리 볼 수 있기 때문이다.
P.S.
나 역시 목수다. 어쩌다 목수가 되었지만 그들과 동일한 고민과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나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겪어오던 것들이 있기에 어느정도 내성이 생기고 일정부분 자리를 잡은 것도 있지만 이제 막 시작한 이들은 많이 힘들 것이라 생각된다. 아직 원목가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가격 역시 차이가 많기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된다. 물론 그 과정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을 테지만 잘 버티고 겪어내길 응원한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쓰다보니 너무 우울한 이야기만 담은 것 같다.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고 개인의 능력차도 있을 수 있다. 오히려 그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면 목공만한 것 또한 없다고 생각한다.
'Lecture > Book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공책 리뷰] 7. 그림으로 보는 가구구조 교과서 / 빌 힐턴 / 모눈종이 (0) | 2019.01.03 |
---|---|
[목공책 리뷰] 6. 젊은 목수들 : 일본 / propaganda (0) | 2019.01.02 |
[목공책 리뷰] 4. 한국 전통 목가구 / 박영규 / 한문화사 (0) | 2018.12.28 |
[목공책 리뷰] 3. 목재 이용학 개론 / 정희석 / 미디어 우드 (0) | 2018.12.20 |
[목공책 리뷰] 2. 목공기초 / Perter Corn / 씨아이알 (0) | 2018.12.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