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목수가 되어 목공을 접하게 되면서 가장 먼저 만들었던 것은 작은 수납장이었다. 생활목공(DIY)방식으로 목공을 시작했지만 처음 만든 것을 통해 느낀 감정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크지 않지만 내가 원하는 것 하나를 만들었다는 것과 생각했던 무언가가 현실 속에 드러난다는 것이 목공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전동공구를 사용하여 간단하게 만들기 시작하면서 목공 기술에 대한 욕구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어떻게 하면 다양한 공구를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리저리 정보도 찾아보고 영상도 찾아봤다. 하지만 당시 목공에 대한 자료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잘 정리되어 있다기보다 너무 흩어져 있었기에 이해하는 데 꽤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친구가 가지고 있는 책 한 권으로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책이 바로 “Tage Frid teaches Woodworking"이었다.
“나무는 온화하며 살아있는 재료로서 그 특성이 잘 드러나게 디자인해야 한다. 집에서 편안히 쉬고 싶을 때 요란한 디자인의 가구는 우리에게 안락함을 주지 못한다. 탁자가 탁자의 구실을 하지 못하거나 의자가 앉은 이의 무게도 지탱하지 못한다는 것은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책을 원서로 접했던 것은 아니었다. 상당히 오래전에 국내 한 출판사가 번역 발행하였지만, 시대에 앞선 출판으로 인해 사라져야 했다. 구한 책 역시 이 책을 복사 후 제본 한 책으로 지금도 구하기 어렵다. 조악한 복사로 인해 사진과 그림은 잘 살펴봐야 했고, 디자인은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목공과 관련된 거의 대부분의 과정을 담고 있으며, 어떤 과정으로 무엇을 만들지에 대한 설명이 훌륭하게 담고 있는 책이다. 특히 당시만 하더라도 전동공구의 활용보다 수공구 활용이 더 많았기에 수공구를 활용한 방법이 더 자세히 실려있다. 물론 그렇다고 목공 기계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이 아니다. 적절한 수준에서 어떻게 목공을 할지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다. 이부분은 개인적으로 가장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책들도 제작 과정, 또는 공구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원리를 이해하게 하는 책을 별로 없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 왜 이렇게 하는지에 대한 설명과 단계별 과정까지 담고 있기에 다른 책이 없더라도 이 책 한 권만 있으면 대부분의 목공이 가능하다는 듯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도 한다.
이 책은 총 3권으로 나뉘어져 있다. 1권은 ‘접합부 설계과 가공기법’으로, 우리가 목공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짜임 중 가장 많이 사용하고 중요하다 할 수 있는 것들만 모아 설명한다. 그렇다고 단순히 수공구 사용만을 추천하지 않으며 다양한 공구를 활용하여 단계별로 만들어 가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렇기에 짜임법에 대한 공부를 자세히 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반드시 참고 해야 할 책이다. 2권은 ‘형삭가공, 단판접착, 도장기법’으로 가구의 디자인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벤딩을 들 수 있다. 역시 벤딩은 휨가공을 뜻한다. 가구들 중 의자의 등받이가 이렇게 가공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편하게 등을 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모양을 내는 데에도 필요한 방법이다. 그리고 가구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합판을 집적 가공하는 방법도 담고 있어, 다양한 소재의 원리에 대해서도 잠시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 3권은 ‘가구 조형과 드로잉’으로 실제적인 가구제작을 위한 디자인과 도면을 싣고 있다. 단순히 도면만 있는 게 아니다. 처음 이렇게 디자인을 하게 된 이유과 작업 과정도 담고 있기 때문에 만약 한 가지씩 다라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이것만큼 좋은 지침서도 없다고 생각된다.
“대개의 경우 목공예가하면 모든 목제품을 수가공하는 사람으로 여기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목공기계를 활용한 가공기법도 적용해서 가구를 만들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수가공 가구를 최고의 가구로 여기는데 목공예가가 수공구를 사용했는지 목공기계를 사용했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P.S.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하더라도 이 책의 문제는 절판되었다는 점이다. 예전에 나온 책도 제본 형태로 아는 목수들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영어가 되는 분이거나 영어를 번역하는 프로그램이 잘 나오지 않으면 원서로도 읽기 어렵다. 다만 목공을 조금이라도 할줄 아는 사람이면 그림과 사진을 보면 어떻게 작업하는지 대략적이나마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이런 좋은 책을 다시 번역하여 출간해 줄 수 있는 곳이 있기를 바랄뿐이다. 만약 근래에 목공과 관련된 책들을 잘 번역하고 있는 ‘씨아이알’출판사가 이 글을 본다면 번역하여 출간하여 주기를 부탁한다. 그러면 많은 목공인들이 고마워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와 함께 목공에 대한 관심과 질이 높아지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Lecture > Book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공책 리뷰] 18. 철학이 있는 목공수업 / 김성현 / 초록비 책공방 (0) | 2019.12.21 |
---|---|
[목공책 리뷰] 17. 짜맞춤 그 견고함의 시작 / 백만기 외 / 해든아침 (0) | 2019.01.31 |
[목공책 리뷰] 15. 목재 마감 / JEFF JEwitt / 씨아이알 (0) | 2019.01.24 |
[목공책 리뷰] 14. 목재마감 101 / Bob Flexner / 씨아이알 (0) | 2019.01.22 |
[목공책 리뷰] 13. 나무를 닮아가다 / 린다이링 / 다빈치 (0) | 2019.01.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