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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case/Literature

페레이라가 주장하다 / 안토니오 타부키 / 문학동네

by Neuls 2022.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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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포르투갈 리스본. 유럽의 경제가 허물어지면서 각 나라에는 독재자의 이름들이 열열히 환영받기 시작한다.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리라는 기대와 희망. 그래서 이에 반대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좌파 또는 빨갱이라는 이름으로 암묵적 폭력, 또는 공적 폭력에 시달리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엄중한 시대에 한 도시의 신문 문화면을 맡고 있는 페레이라라는 사람이 있었다. 뛰어난 머리와 학구적 열망으로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삶의 모든 것을 이 신문 문화면에 쏟아 넣으려 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한 젊은 청년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청년으로 말미암아 그가 그동안 생각하지 않았던 상황과 환경에 처하게 된다. 그동안 생각했던 삶의 내용과 철학,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 그리고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결정이 세워진 순간, 그는 그 일에 뛰어들게 된다.

 

처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 주인공이 항상 이야기하는 '주장하다'라는 단어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황의 설명에서도, 이야기의 흐름에서도 항상 나타난다. 페레이라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물론이거니와 이야기의 전개에 대한 예상에 대해서도 나타난다. 그럼 과연 그 페레이라는 왜 이토록 주장하는 것일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처음에는 경찰이나 보안요원들에게 잡혀 변명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무언가에 대한 정확한 상황을 전달하고픈 마음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하지만 책의 장수가 넘어가고 중반이 되어가면서 그 느낌은 사라지고 그 주장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것은 변명이나 단순한 진술이 아닌, 스스로에 대한 변화 과정과 삶의 이야기를 자신있게 누군가에게 던지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그럼 과연 그가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젊은 한 청년의 죽음에 자신이 움직이고 엄중한 역사의 현실 속에서 하나의 사건을 밝혀냈다는 자랑이었일까? 아니다. 오히려 페레이라는 그동안 살아오는 과정 속에서 자신이 잃어버렸던 것들 다시금 들추어내고,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나섰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젊었을적 활력있고, 활기찼던 자신의 모습. 사랑하는 아내와의 뜨거웠던 사랑. 모든 것이 변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나이가 들고 직장에 얽매이면서 주변의 것들에 눈을 감아야 하는 자신의 모습. 그래서 그가 유독 즐기는 것은 시원하고 달콤한 레몬에이드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자로서, 한 세대의 선배로서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이 눈 앞에 놓이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을 해야 할까. 일부러 피해보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망설이기도 한다. 하지만 다음 세대를 위한 애정, 또는 선배로서의 자존심은 다시금 그가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다. 그리고 스스로가 움직여야 할 때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과감함과 신속함, 그리고 노련함.

 

 

 

 

쉬우면서도 쉽지 않은 소설이었다. 몇 십년 전 유럽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또는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화석화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면 그것 스스로 화석화 되어가는 것. 그래서 정작 내가 움직여야 할 때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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