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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case/Literature

열세 걸음 / 모옌 / 문학동네

by Neuls 2022.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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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기괴한 이야기들을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다. 판타지와 상상의 시대를 넘나드는 소설을 읽으며 나름의 공상에 빠져 무료한 시간을 보냈다. 때로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푹 빠져서 어떻게 될지 궁금해 하기도 하였고, 상상의 시대에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냥 그것이 좋았고 그 속에서 상상을 하는 것이 재밌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게되고 이러한 상상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상상 속에만 갖혀있기에는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이런 류의 이야기를 읽게 되면 그 상상의 의미와 상징을 또다른 의미로 재해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그 이야기 속에 숨겨져있는 무엇을 찾아내려 노력하게 되었다. 결국 상상이라는 것 역시 현실의 반영이라는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던 것이다. 조금은 서글프고 짠한 마음도 들 때도 있지만 그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나이가 된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오랜만에 마주하게 된 소설이 "열세 걸음"이라는 소설이었다.

 

 

사회의 부조리와 개인의 욕망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인간군상의 이야기

현존하는 어느 사회든 완벽한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등 다양한 형식을 갖추는 것 뿐만아니라 계층과 계급의 한계를 완벽하게 뛰어넘은 사회는 없다.(물론 그 과정으로 나아가고 있는 사회는 있는 듯 하다) 그래서 한쪽에선 잘먹고 잘사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 쪽에서는 못먹고, 못입는 사람들이 반드시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는 단순한 계층간의 문제로난 대두되는 것을 넘어서 사회의 건강성과 안정성,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 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언젠가는 나아지겠지라는 생각과 의지를 가지고 오늘도 하루하루 살아갈 뿐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아직 가야할 길이기에 지금 존재하는 사회를 지켜가면서 아주 조금씩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 속에서 한계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게 되고 이것은 결국 사회의 부조리로 이어진다.

열세 걸음에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지만 한정된 수입과 낮은 사회적 위치로 인해 사람들로 하여금 무시와 경멸의 시간을 견디는 이야기. 더 나아가 자신의 죽음 조차도 이용당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그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오히려 스스로도 다른 사람, 즉 가까운 사람들을 이용하여 자신의 삶을 지켜야하는 우리의 모습을 절실하게 보여 준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그 과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때로는 괴로워하고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한다. 미안한 마음에 배려의 행동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다. 한 순간도 부조리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개인의 삶은 처절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던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생각하고 살아가는지 인식조차도 하지 못하게 된다. 과연 나는 살아있는가, 아니면 죽었는가. 내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와 근거는 무엇인가. 이러한 혼란 속에서 허우적대는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상상의 이야기와 상징성의 버무림. 때로는 격하게, 때로는 괴기하게, 때로는 야하게

열세 걸음을 읽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모옌이라는 소설가가 오래전부터 이어오는 전설의 이야기들을 마구 섞어놓았기에 의미하는 내용을 찾아가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때로는 너무 격하여 이렇게 까지 묘사할 필요가 있는지 두렵기도 하였고, 때로는 너무나 괴기하여 전설의 이야기를 듣는 듯 하다. 또한 사람들의 성적인 욕망을 여실하게 드러내면서 내면에 존재하는 불편함을 여지없이 끄집어 낸다. 그래서 이야기의 흐름이 여기저기에서 끊기기도 하고,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지는 않은지 의심이 들 때도 있었다. 과연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전개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하였다. 현실의 이야기가 이어지다 갑자기 과거로 이어지고, 다시 상상의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지금 벌어지는 상황이 무엇이었는지 제대로 파악하기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책의 말미까지 모두 읽고 나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재구성 할 수 밖에 없었고, 주인공들의 상황와 심리가 무엇인지 다시 살펴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러한 재구성이 과연 작가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또 얼마나 드러낼 수 있는지 조차 확신하기 어렵다. 그나마 재밌었던 것은 고도 성장기를 이룩하고 있는 중국 사람들의 삶이 어떠 했는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 본성의 이야기는 세계 어느나라, 누구이든간에 별 차이 없다라는 것이다.

 

 

 

EP. 정말 쉽지 않은 소설이었다. 중국에 대한 이야가 부족한 부분도 있었고, 중국 고대의 이야기들을 듣는 듯하여 괴기스럽기까지 하였다. 더구나 환상과 현실, 그리고 과거를 넘나드는 이야기의 흐름은 하나로 엮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제대로 엮어내지 못하여 다시 읽어봐야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다시 읽어보기엔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책이기에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가능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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