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61년 이제 막 세계 열강의 지배에서 벗어나 트루히요라는 독재자의 지배를 받았던 도미니카 공화국의 시대. 당시 미국과 구 소련의 이데올로기로 인해 세계적 정치사의 소용돌이에 영향을 받았던 남미의 조그마한 나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대의 부름을 받고 자신의 조국을 살리기 위해 분연히 일어나 독재를 시작한지 24년이 되어가는 트루히요라는 독재자. 그리고 그에게 고통받았던 한 개인, 또는 집단.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거부하고 독재자를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이야기의 흐름은 트루히요를 중심으로 하는 권력 집단들의 구조를 파헤치면서 그 속에서 고통 당했던 한 소녀의 이야기가 담담히 이어진다.
자신의 처녀성을 잃은 한 소녀의 이야기
아주 오래전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정치관료의 자녀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커오던 우라니아. 학교에서 집에서 지속적으로 받아온 교육으로 인해 트루히요라는 거대한 독재자만이 도미니카를 구할 수 있는 존재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각종 정치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기뻐하고, 조금이나마 조국을 위한 일을 했다는 것에 대해 뿌듯함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안락하고 희망이 차있는 시기도 잠시, 곧 그들에게 엄청난 고통이 뒤따르게 된다. 무슨 일인지 트루히요의 눈 밖에 난 아버지는 모든 정치적 권력을 박탈당하고, 경제적 문제까지도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그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른다. 그동안 모든 것을 바치며 독재자에게 충성을 다하던 그에게, 이러한 문제가 닥쳐오는지 상상할 수 조차 없게 된다. 문제를 해결하려, 오해를 풀려고 이리저리 동분서주 했지만 그에게 다가 온 것은 좌절 뿐. 그러다 트루히요의 최측근으로부터 은밀한 제안을 받게 된다. 딸을 가진 아버지로서 상상할 수도 없는 제안. 조국을 위해, 독재자 트루히요를 위해선 무엇이든 하던 그에게도 쉽지 않은 제안이었다. 허나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하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그 제안을 따르게 된다. 그 후 그녀의 딸 우라니아는 도미니카 공화국을 떠나 미국으로 도망치게 된다. 그리고 우라니아는 30여년간 아버지의 모든 연락을 끊는다. 고통과 미움, 그리고 분노의 시간이 그녀의 삶을 파고드는 시간이 된다.
권력집단, 그 속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인간 군상들
도미니카 공화국의 구원자로 불리우는 트루히요. 그는 생활의 철저함과 규칙성, 그리고 열정으로 모든 방면에 있어서 인정을 받았다. 그가 손을 댄 회사는 날로 성장하였고, 그가 하는 일들은 항상 성공의 자리에 서 있었다. 이러한 철저함으로 무장하여 도미니카 공화국의 모든 권력을 손에 쥔 트루히요는 자신만이 이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충만하였다. 그리서 정치적 정적들과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과감하게 제거하였으며,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예민함으로 주변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자신의 희생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자신의 권력을 찬탈하려 노력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더 비밀리에 그들을 제거하고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하지만 날카로움과 철저함을 유지하고 있는 그에게 한가지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바로 남성의 상징에 문제가 생긱기 시작했던 것이다. 젊었을 적 왕성한 성욕을 과시하며 자신의 남성을 자랑하던 트루히요에겐 너무나 큰 충격일 수 밖에 없었다.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바지를 적시는 일이 생기기도 하였고, 그의 과시욕을 나타내는 성욕 역시 그를 흥분시킬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러한 자신의 모습을 다른 누군가에게 함부로 보여줄 수 없었다. 그동안 그가 지켜왔던 모든 것들을 한 순간에 잃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더욱더 치밀하고 명민하게 움직이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을 시험하고 자신의 사람임을 다시 확인하는 것. 그것이 그에게 남은 유일한 불안감이었다.
독재자를 제거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꿈꾸었던 순진무구한 사람들.
한 때 트루히요를 도미니카의 해방자로 여기며 열렬히 지지하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에게 충성하였고, 이해되지 않던 일들도 묵묵히 수행해 오던 사람들. 하지만 어느 순간 그의 일들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서 무엇이 도미니카에 필요한 일인지 고민하게 된다. 결국 독재자를 없애면 모든 일이 잘 해결되리라 생각했던 사람들. 그래서 이를 위해 오랜동안 협력자를 모으고, 제거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독재라 트루히요를 없앨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으면서 그들은 그 계획을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하였다. 도와준다고 하던 사람들이 외면하기 시작했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중요한 권력자의 우유부단함으로 오히려 상황이 역전되게 된다.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그들은 또 한 번의 좌절을 맛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어떤 이는 정보부에게 잡혀 고문을 받게 되고, 어떤 이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판단으로 총격전을 벌인다. 그리고 아주 극 소수만 살아 남게 된다.
염소의 축제. 바르가스 요사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우선 책을 통해 명백히 드러나는 것은 독재라는 정치지배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이다. 한계의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처녀성을 바쳐야만 했던 한 소녀. 자신을 위해서이기보다 아버지의 정치적 위치와 권력을 되찾기 위해서 그녀는 자신의 처음을 빼앗길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30여년간 아버지를 미워하였고, 그동안 전혀 연락을 하지 않았다. 아주 오랜만에 병들어 몸도 가누지 못하는 아버지를 다시 뵈었음에도 그녀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처음에 대한 상처를 다시금 돌려주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동안 자신이 가졌던 고통과 불편함을 독백하듯 내 밷는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그러했을 것이다. 국가 또는 나라라는 전체를 위해 희생당해야 하는 한 개인의 문제. 그가 겪어야만 하는 그 고통은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다. 단순히 상대적 비교와 거대 담론의 의미부여로 소외 당할 수 밖에 없는 개인.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
또 다른 한가지는 거대 권력자에게 대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구조이다. 한 쪽에서는 자신의 이익과 영달을 위해 입에 발린 말만하는 사람들, 한 쪽에서는 권력의 정점을 해체함으로서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은 사람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권력에 순응하는 사람들의 형태와 내용들에 있다. 분명히 잘 못 된 것임을 잘 아는 개인들이지만 국가라는 전체의 틀 안에서 지속적인 강요를 받다보면 무엇이 정의이고 옳은 일인지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는데 있다. 오히려 자신의 이익이 명확히 드러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도 그 권력에 순응하는 모습들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오랜만에 책 한 권을 읽었다. 아마 한권짜리 책일 것인데 분량의 문제로 두 권으로 나눈 듯. 지난 달 초부터 읽기 시작했지만 일도 많아져서 못읽은 것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눈에 들어오지 않는 부분도 있었기에 올래 걸렸다. 나름 시간을 쪼개가면서 읽으려 노력했다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였고, 조금은 의무감으로 읽었다. 다만 이 책의 안타까움은 단락의 구분이 모호하여 장면의 이어짐에 어려움이 있었던 부분이다. 또 한가지는 외국 소설의 특징인 이름을 구분하기가 많이 까다로웠다. 더구나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이름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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