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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case/Literature

죽은 군대의 장군 / 이스마일 카다레 / 문학동네

by Neuls 2022.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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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TV에서 국군의 날 행사 방송을 본적이 있다. 우람하고 멋있어 보이는 최신의 무기들과 묵직해 보이면서 튼튼한 것이 누구와 싸와도 이길 것만 같았던 전차들. 그리고 말끔하다 못해 군복에도 베일 것 같은 예리한 각을 세우고 내리쬐는 햇빛에 반사되는 견장을 단 병사들의 걸음걸이. 옆 병사들을 보지도 않으면서도 한 발 한 발 맞추며 자신감 넘치게 행진하는 병사들의 모습이 사뭇 멋이게 보였다. 우리 나라를 지키며 적의 나라를 무찔러 이길 것만 같았던 군대의 풍경이 어린 나의 눈 빛에 반사되어 전쟁의 이면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멋짐으로만 다가왔던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전쟁의 이면이 어떤 것인지를 간접적으로 느끼고 알게 되면서 보여지는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처음 군대에서 소총사격 훈련을 하면서 느꼈던 두려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하던 총 소리와 그 순간의 진동. 덜덜 떨며 수류탄을 던지고 난 뒤 땅을 흔드는 굉음과 폭발음. 결국 군대는 나와 다른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것이며, 그것이 누구건 간에 내가 살기 위해선 살인을 할 수 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는 것. 그것이 전쟁의 실상이며 군대의 본질이라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럼 실제 전장은 어떤 풍경을 가지고 있을까. 제대로 만든 전쟁 영화 한 편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여기저기 서로를 위해 쏘아대는 총소리는 물론 굉음을 내며 폭발하는 포탄, 그리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웅크리고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자 담배 한가치를 소중히 피워대는 병사들이 보인다. 한 쪽에선 무언가의 공격으로 인해 상처입은 병사를 치료하고 안정시키기 위해 소리지르는 병사가 있으며,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해 흥분한 나머지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쏘아대는 병사들도 보인다. 하나의 인간이, 인격적인 존재가 그 순간 사라지게 되고 그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핸 존재로 남을 수밖에 없는 전쟁. 그렇기에 그 속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병사가 아닌 사람이 나타나게 되고, 그 전장의 풍경에서 도망치려는 사람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아무런 잘못이 없는 민간인들의 피해도 있을 수밖에 없다. 단순하다고 말할 수 없는 순간의 죽음들, 여성들이 당하는 피해. 그 속에서 가장 많이 상처받고 이 후의 삶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어린아이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전쟁의 풍경이며 감춰진 군대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 수많은 감춰진 것들을 품고 어느 순간 전쟁은 끝나게 된다. 경제적인 이유, 당위적인 이유 등을 들기도 한다. 누가 이겼고 승리한 것이라 떠벌이지만 그러한 것들은 공허한 울림도 되지 못한다. 어느 순간 누군가에 의해 다시 미화되며 또 다른 희생자를 찾아 이리저리 기웃거리게 되는 것. 그것이 전쟁이다.

 

그렇기에 죽은 군대는 현실에선 의미가 없다. 오히려 묻혀있던 자신들의 과오를 다시 꺼내드는 것일 뿐이다. 아무리 미사여구와 의미부여를 한다고 하더라도 전쟁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잠들었던 그곳에 잘 쉴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역사의 기억이라는 이유로 산자들의 자존심을 위해 그들을 꺼내는 것은 그들의 죽음에 다시금 상처를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 시간 뒤 우리는 대로를 걷고 있었다. 그러나 이젠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농담도 하지 않았고 그저 길 위에 울려 퍼지는 자신들의 불규칙한 발소리만 듣고 있었다. 끔찍하게 더러운 진흙투성이 몸에다 또다시 지치고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P.137

 

 

PS.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스마일 카다레의 초기작이다. 부서진 사월이나 꿈의 궁전처럼 예리함과 섬세함은 부족했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의 침공을 당하던 알바니아의 풍경과 전쟁의 참상을 잘 묘사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 시간동안 수 많은 침략을 감내하며 생겨난 독특한 알바니아의 풍습은 전쟁의 참상이 어떻게 나타나게 되는지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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