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디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전통적 미디어의 상징이며, 정보제공의 한계로 인해 축소되어가고 있는 신문과 방송이 있다. 또한 새로운 미디어 제공의 중심으로 떠오른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사건과 사고의 뉴스를 접하게 된다. 더 나아가 다양한 SNS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뉴스와 만나게 된다. 그럼 과연 우리는 이런 정보와 뉴스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옳은 것이며,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또는 이러한 정보들을 통해 개인적인 생각과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오히려 단편적인 정보들을 통해 개인의 욕망과 감정을 뒤섞어 쉽게 재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여기서 개인의 정보분석과 해석의 능력, 그리고 개관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하려는 것을 보류하려 한다. 한 사회의 역사적 배경을 비롯하여 사회가 가지고 있는 한계, 분위기, 문화 등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그 정도와 척도를 쉽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보를 제공하는 미디어, 즉 언론은 어떠한가? 과연 지금 우리가 보고, 듣고, 읽는 모든 뉴스들이 객관성을 아니,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는가? 아니면 사건의 단편과 현상들만 전해주고 있는가? 사건을 전하는 기자라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잣대와 판단으로 가공하여 제공하는 것은 아닌가? 정보의 소지자들은 이러한 것들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결국 그 어느 것도 확인되지 않을 채 기자라는 글쟁이가 생각하는 이야기들을 전해 들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자본이라는 유혹과 스스로를 높이고자하는 욕망이 점철되면서 써내려가는 글들은 정확한 사실과 멀어져 간다. 한 개인의 명예와 관련된 일, 그와 관련된 사람들, 가까이는 가족들은 물론이거니와 그를 도우려는 주변 사람들까지도 혼란의 틈바구니 속에 끼워 넣는다. 더 나아가 이러한 판단을 악의적으로 또는 자극적으로 버무려 전달함으로써 자신의 이익, 즉 판매부스에 영향을 주려 한다는 것이다. 정보를 소비하는 개인의 욕망 즉 자극적이며 나와 다른 사람을 판단하려는 욕망과 자본의 욕망 즉 판매부수를 늘리려는 언론기업의 욕망이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객과적인 사실과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하나의 사건을 다룰 때 우리가 보게 되는 흔한 현상들, 즉 정보의 왜곡과 쉬운 판단으로 인해 한 개인이 또는 집단이 받게 되는 극한상황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이 무엇이고, 조심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이면과도 이어져있다. 상대방의 이야기와 그 내면을 올바로 보지 못한 채 떠돌아다니는 소문들. 한 번도 제대로 확인된 적 없으며 이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은 인식의 범위를 넘어선다. 때론 그로 인해 서로의 관계가 파탄 나게 되며, 되돌아 올 수 없는 길을 건너 서로를 미워하는 단계까지 나아간다.
PS. 짧지만 굵은 의미를 담고 있다. 단순히 미디어의 문제 또는 언론이 망가뜨리는 개인의 문제만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들로,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아주 직설적인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극적으로 밀어 붙이는 부분에선 힘들기도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한 동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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