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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언어 나는 왜 찍는가 / 이상엽 / 북멘토

by Neuls 2022.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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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인 관심으로 대한민국의 다큐멘터리 사진가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두 사람 정도 이다. 한 사람은 노순택이라는 사진가고, 다른 한 사람은 이상엽이라는 사진가다. 사진이라는 것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사진가로 그들의 개성있는 사진과 이야기들에 매료되었다 할 수 있다두 사진가 모두 사진을 잘 찍는다. 오랬동안 언론사에서 사진을 찍었고, 이후 개인적인 작품을 발표하여 왔다. 특히 두 사람 모두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진들을 촬영해 왔기에 이슈가 되는 사진들을 살펴보다보면 종종 이들의 사진과 만나게 된다. 언론사에서, 거리에서, 현장에서 끊임없이 셔터를 눌러 온 두 사람. 더구나 다큐사진이라는 긴장감 넘치고, 딱딱할 듯한 사진일 것 같지만 이들이 작업해 온 사진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 사람은 카메라의 빛, 즉 플래시를 적극 사용하여 현장과 사건의 사진들을 자신의 의도와 이야기하고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간다. 다른 한 사람은 압축적이지만 서정적인 시각의 사진으로 우리가 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 할 수 있도록 이끈다. 여기서 후자가 바로 이상엽 사진가의 사진을 바라보는 개인적인 느낌이다.

 

이런 그가 이번에 책 한 권을 내었다. 바로 최후의 언어라는 사진에세이로 나는 왜 찍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최후의 언어. 어찌보면 결연해 보이면서도 장엄해 보인다. 이 세상의 모든 언어가 사라지고 유일하게 남은 소통의 수단. 아마 사진가라는 정체성 속에서 스스로 말 할 수 있는 최고의 언어가 사진이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할 수 있는 말을 사진으로 전달하려 한다는 것. 그리고 글자와 함께 가장 오래 남을 수 있는 존재인 사진(물론 필름을 의미하는 것이리라...)을 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 최후의 언어로 우리가 남길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상당히 다양할 것이다. 개인의 생활부터 시작하여 주변의 이야기들, 또는 사회적 현상과 이해에 대한 접근. 더 나아가 전 세계적인 시각과 관점에까지 수많은 것들을 담아 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진의 대상은 각자의 성향과 선택에 따라 기록하는 것이 전혀 다를 수 밖에 없다. 이상엽 사진가는 우리의 사회 속에서 보지 못했던 것, 잊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남기고 있다. 불편부당한 사진들, 외면할 수 밖에 없는 사진들. 사진 속 인물들은 구구절절한 이야기들을 담아내어 전달한다. 여기 이것을 보라고... 하지만 그가 찍은 사진들은 과도한 감정이입이나 현상만을 담은 사진들이 아니다. 오히려 많은 생각과 고민을 전달 해 주는 그런 사진들이다. 자칫 밋밋해 보이는 사진들로 보이지만 사진들 하나하나를 잘 살펴보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를 느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사진이라는 것은 지나가는 시간의 찰나를 남기기 때문에 전 후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명확히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사진이 촬영 된 시간과 상황에 대한 이해와 설명(보통 캡션으로 설명)이 없다면 사진가가 보여주는 사진에 대한 메시지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다행히 이상엽 사진가는 글도 잘쓰는 사진가이다. 그래서 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진의 메시지는 다양한 글쓰기로 드러낸다. 바로 여기서 그가 왜 그 사진을, 또는 사진을 찍는지를 말해준다. 한 인간이 속해 있는 사회의 현상과 이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 또는 그가 바라보는 자연의 현상과 아름다움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그리고 그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중국에서 찍은 사진들 속에선 급성장하는 사회의 뒷면에 소외되고 있는 농민공의 이야기를 전한다. 러시아의 변방에선 사라져가고 있는 자연의 안타까움을 전한다. 때로는 두 나라 사이에서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역사의 한 자락을 붙잡아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선 이념의 대립이 드러내는 사회상을 이야기하고, 4대강과 제주 강정마을에선 한 국가의 의미는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 진도 팽목항에선 카메라를 든 사진가로서, 또는 하나의 인격체로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윤리적 고민들을 던진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사진을 취미로 하는 인구는 엄청나다. 필름의 시대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그 간편함과 기능적 궁금증의 재미에 빠진 사진가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수 백만원에 가까운 카메라들이 팔려나가고 이와 관련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진에 대한 진지한 이해와 역사에 대한 관심은 뒷전인 듯 하다.(근래에 허핑턴포스트에서 나온 사진과 관련된 기사를 참조해보라) 나 역시 한 동안 사진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와 노력이 없었다는 것에 부끄러울 따름이다. 다행히도 이러한 행태를 지적해주고 단순히 대상을 찍는 행위에 의문을 던지는 사진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관련 서적들이 주변에 존재하고 있으니 한 번 쯤은 읽어보고 마음에 담아두었으면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에 나온 이상엽 사진가의 "최후의 언어"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줄 책이라 생각된다. 사진가의 고민과 생각들의 단편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사실 많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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