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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case/Literature

칼의 노래 / 김 훈 / 문학동네

by Neuls 2022.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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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이다. 벌써 10년이 넘은 듯하다. 집에 일이 있어 급하게 내려가야 했다. 보통 때라면 책 한 권 정도 들고가 다 읽지 못해도 무료한 시간을 때우곤 했다. 하지만 급하게 움직이다보니 그러지 못했다. 결국 큰 일은 아니었지만 며칠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고 약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동생의 책장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눈에 들어 온 책이 바로 김훈의 칼의 노래였다. 우리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장군이지만 의도적으로 강조된 부분도 있기에 별로 읽을 생각은 없었다. 뻔한 역사소설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장을 넘기고 다음 장을 넘기면서 읽는 속도가 빨라졌고 저녁시간 내내 밥도 먹지 않고 한 권을 다 읽어냈다. 그리고 한 동안 멍하게 앉아있었다.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한참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했다. 단순해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던, 그래서 그 글자와 문맥들 안에 담겨져 있는 김훈이라는 작가의 생각이 무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첫 번째 읽고 난 후 다시 읽었다. 그리고 2~3년 전에 다시 세 번째로 읽었던 기억이 남은 그런 책.

 

 

 

처음 김훈이라는 작가의 소설을 접하곤 숨이 막혔다는 표현 이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최대한 단문으로 씌여졌으며, 미사여구나 형용사 또는 조사까지도 절제되어 있다. 직관적으로 바라 봐야 하는 제3자의 눈처럼 씌여져 있다. 하지만 꺼끌거리는 글자 하나를 넘기고 그 문맥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그 상황과 주인공의 이야기로 빠져든다. 이순신이라는 사람이 왜 그래야만 했는지, 그가 그 행동을 할 때의 상황, 즉 정치적, 개인적 상황에 대한 나열이 묘하게 하나로 연결되며 이해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 왜 칼의 노래였을까. 절체절명의 시대에 나라를 지키고 민중을 지키기 위해 장군에게 필요한 것은 당연히 무기인 칼이었을 것이다. 그 어떤 정치적 목적과 권력자의 탄압에도 자신을 들어 칼을 들지 않는다면 자신의 모든 것이 부정되리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생각되기도 했다. 그 칼로 인해 고민하고 갈등하던 한 장군의 이야기를 그토록 섬세하게 풀어낼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순신이라는 걸출한 장군의 내면의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라 할 수도 있다. 인간적인 감정과 생각들이 존재하면서도 그것을 극복하려는 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보다 내가 본 이순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책임, 더 나아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위에 대한 책임과 역할에 충실히 하려는 고뇌를 담은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민중과 조선의 근본인 국왕을 지키는 것을 선택하며, 이 두 가지의 이질성을 이해하려 노력하며 움직였던 한 사람. 이것이 김훈이 생각하는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의 역할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라는 생각마저도 든다. 이후 다른 책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으니 말이다.

 

 

 

 

 

PS. 갑자기 생각이 났다. 세 번이나 읽었지만 오래전에 읽었기에 그 느낌과 생각들이 떠오르지 않으리라 생각됐다. 하지만 우연히 지나면서 보게 된 하나의 기사가 이 책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하나의 나라를 운영해야 하는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있는 정당의 대표가 한 말이 생각났다. “구중궁궐에 들어가 있지 않다는 통치 철학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전체 맥락을 의심하고 싶진 않았다. 무슨 의미로 한 것인지는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치 철학이라는 말에 불편함이 들었다. 어떻게 되었든 대통령은 국민의 선택에 의해 선출되었고, 그에 맞는 책임과 역할을 가지고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역할이다. 선택을 당한 것이지 통치를 해야 하는 존재는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사회적 지위와 역할을 더 고민하고 스스로를 낮출 수 있어야 한다. 가능하면 정치적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리고 싶지 않았지만 생각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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