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일에 귀찮지 않은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삶에 있어 열정적이고 무언가 흥미를 찾으며, 관심있는 일 또는 자신이 하는 일에 열심히 집중하는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귀찮음은 존재한다. 그것이 자신에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통해 금전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목수 또는 목공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고 잘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그날의 상태, 심리, 시간의 촉박함 등 다양한 이유로 귀찮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특히 목공의 경우 가구를 제작하는 과정에 있어서 고려해야 하는 것들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을 생각해야 할 때면 그런 귀찮음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다가 올 때가 많다.
얼마 전부터 책상을 제작하고 있다. 하부의 프레임을 위하 제재목을 가공하고, 집성하고 다시 가공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작업의 시작을 제재목으로부터 시작했기에 어쩔 수 없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해야 하는 과정이기에 그 시간을 잘 즐겨야 또는 집중해야 마지막 완성이 좋다는 것을 잘 알기에 꾹 참고 그 시간을 버텨낸다. 그리고 프레임을 다시 구성하고 틀어진 것과 휘어진 것들을 다 잡고 나면 뿌듯함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원하는 만큼, 또는 의도한 대로 작업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마감도 해야 하고 서랍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마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시간이 걸려도 특별한 느낌을 받지 못한다. 오히려 더 잘 나오게 하기 위해 이런저런 자료를 찾거나 적용해보고 나름의 재미를 찾는 편이다. 하지만 제일 귀찮다는 생각을 드는 과정이 서랍을 만드는 과정이다.
서랍의 경우 볼레일을 달거나 언더레일을 달아 깔끔하게 제작할 수도 있다. 아니면 전통적인 방법인 홈가공을 통해 서랍을 만들 수도 있다. 이번 제작에선 서랍의 높이가 낮았기에 레일을 적용하긴 힘들었고 홈가공으로 진행하였다.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홈이 들어갈 자리를 잡고 서랍의 홈을 가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치에 맞게 홈을 가공하고 깊이와 깔끔하게 끝내기 위해 작업 후 가공까지 해야 한다. 물론 한번에 끝낼 수도 있지만 위치와 마무리를 잘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다. 그러다보니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다. 테이블 쏘로 위치에 맞게 한 번 가공한 후 다시 라우터나 트리머를 활용해 다시 가공해야 한다. 생각보다 긴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그 시간만큼은 꽤 길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딱히 떠오르는 방법은 없다. 어쩔 수없이 그냥 해야 하는 작업일 뿐이다. 더 나은 획기적인 방법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기에 그냥 그 시간의 과정을 거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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