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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 Working/Logbook

[목수일지] 036. 다시 만나야겠다는 생각.

by Neuls 2023.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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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만든 사람과 받은 사람이 가장 맘에 들었던... 그런 작업.

 

꽤나 단조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공부를 한다고는 하지만 거의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읽고 정리를 한다. 가끔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찾아보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버리고 만다. 목수라는 직업이 나의 정체성이라 말하지만 현재는 전혀 그런 일을,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좀이 쑤시고 나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히 들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어디서 나오는지, 저 깊은 곳에서 천천히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올라오다 가슴을 채우고 무심히 얼굴을 지나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가게 되면 그냥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주섬주섬 태블릿과 책 한 권, 그리고 헤드폰을 챙겨 운전대에 앉는다. 그리고 30여분 운전을 하여 이제 막 가기 시작한 카페에 자리를 잡는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나왔기에 잠시 따뜻한 커피를 홀짝이며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본다. 때론 태블릿을 꺼내 공부하고 있는 책을 읽거나 얼마전 읽고 싶어 주문한 책을 펼치기도 한다. 또 그렇게 있다 보면 다시 하루가 금세 지나가 버리고 만다.

 

 

조만간 다시 공방에 나가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번 달까지 해야 할 것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렇게 시간을 정했다. 아직 다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조금만 더 하면 당분간 해야 할 것들을 정리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만큼 시간을 잘 보냈다는 뜻도 되는 것이기에. 그러다 얼마 전부터 생각하던 글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 두 편의 이야기를 올린 나의 공방 실패기’. 아직 써야 할 것들이, 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기에 생각을 정리하는 데 꽤 오래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하고보니 그동안의 경험의 시간들이 떠돌아다니며 빨리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그 시간 동안 어떤 생각들을 했는지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예전 네이버 블로그의 글들도 찾아보고 사진자료들도 함께 살펴본다. 그때의 생각과 고민들이 한꺼번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의 고민들도 함께.

 

 

그렇게 자료를 찾아보다 한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꽤 오랫동안 사용했던 목공장비들을 교체하던 날의 사진이다. 항상 조마조마하면서 사용하던 3마력 테이블쏘, 오래전 그러니까 내 나이보다 훨씬 전에 만들어졌지만 아직도 사용가능하였지만 불안하게 만들던 20인치 밴드쏘, 서랍을 튼튼하게 만들 수 있지만 그것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었던 코너록킹. 이 장비들을 교체하고 더 비싸고 좋은 장비들을 들여 놓을 때의 기분. 그 기분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혼자 지루하게 시간을 보내야 하기도 하고, 때론 너무 힘들어 헉헉댈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이 가장 나에게 맞는 그런 시간이었다는 것.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런 게 그리움일지도 모른다. 취미 생활하는 듯 나서는 그런 공방이 아닌. 내가 나를 위해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그런 공간. 그렇게 중요하다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너무나 많은 것들을 남겨준 그런 곳을 다시 만나야겠다는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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