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최종 공방을 정리하였다. 70여평 되는 공간에 꽉 들어서있던 목공기계들, 목재, 공구 등 10여년 넘게 자리하던 것들이 일주일 동안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작업을 하면서, 교육을 하면서 조금 작은 것은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비워지고 나니 좁기는커녕 이렇게 넓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 제재목을 가져가기 위해 인근 공방 주인이 놀라는 눈으로 전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빠르게, 예상한 것보다 급하게 정리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공방의 시작은 10년이 넘었고, 내가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8년이 된, 나름 오래되고 잘 버틴 공방이었으니 이렇게 순식간에 정리되리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지난한 시간의 추억이나 기억을 되새기는 시간을 갖기보다 지금은 정리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았지만 이렇게 빠르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빨리 잊어버리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시간의 경험이 잊혀 질 것이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당장의 급한 것을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했다. 그리고 몇 달 후 다시 사회복지 관련 일을 시작했고 그렇게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공방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저 깊은 곳에 내제되어있는 무엇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시 공방을 시작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생각이 이어졌다. 언젠가는 다시 공방을 운영하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하지는 않았기에 이런 저런 생각들이 한동안 머릿 속에 떠다녔다. 다만 그동안 공방을 운영하면서 알게 된 것들, 특히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지를 정리한 적이 있었기에 비용의 문제는 크게 생각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부분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었고, 이후 어떤 운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들이 더 많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공방을 운영하면서 실수 했던 것들, 수정하고 보완해야 했던 것들. 매년 장비들의 위치를 다시 정하고 부자재들의 위치를 위해 작업했던 것들이 생각난다. 왜 그렇게 했는지, 무엇이 효율적이지 못했던 것인지 등등등...
아무튼 이젠 그런 생각들을 글로 정리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냥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조금은 구체적으로 정리하여 다음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준비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가구공방을 준비하는 이들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들에게 공방을 준비하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무언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지금부터 써내려가는 나의 경험이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다양한 상황과 나름의 목적으로 공방을 시작하려 하기 때문이다. 상황에 맞는 컨설팅이나 공간 디자인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한 것들을 준비함에 있어 이런 경험도 있다는 점을 참고 한다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Wood Working > Idea'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방 실패기] 003. 생각보다 많이 무모했던... (0) | 2023.03.02 |
---|---|
[공방 실패기] 002. 처음 목공이라는 이름을 경험하다. (0) | 2023.02.23 |
[목공] 014. SNS와 목공. (0) | 2023.01.28 |
[목공] 013. 지그 만들기 (0) | 2020.09.13 |
[목공] 012. 도면은 목공의 시작. (0) | 2019.08.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