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을 처음 시작하게 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몸과 마음, 그리고 생각이 따로 움직인다는 점이었다. 가구를 만들거나 무언가를 만들 때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책장을 만들 때를 생각해보자. 측판에 선반형태의 판재를 적당한 위치에 하나씩 올리면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작업에 들어가면 어떤 방법이 효율적인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냥 되는대로 이렇게 저렇게 고민하며 작업하다가 잘 마무리 되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으면 새로 작업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렇게 하나씩 경험해 나가다 보면 과정이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 무엇을 만들것인지 잘 구상하고 어떻게 조립할 것인지를 계획한다. 생각과 계획대로 작업하다보면 적용되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다음 번에는 수정하여 작업할 수 있도록 고민한다. 그렇게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 목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인고의 시간이 괴롭게 다가온다. 마음 같아서는 빨리 만들고 싶은데 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 귀찮은 부분은 넘어가고 나중에 처리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나씩 과정을 무시하고 넘어가다보면 나중에 큰 문제로 당면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러면서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다시 생각해보고 어떻게 하면 좋은지 다시 구상할 필요가 생겨난다.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목공에서 대표적으로 많이 하는 작업 중 하는 샌딩 작업이다. 많은 이들이 샌딩으로 수평을 잡거나 모양을 깎아낼 수 있기에 많이 사용하지만 샌딩의 원래 목적은 목재 표면을 다듬는 수준으로 멈춰야 한다. 그리고 바깥쪽 면을 먼저 샌딩해서는 안되고 안쪽을 먼저 샌딩해주어야 이후 마감을 할 때 편하게 작업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빨리 만들고 싶은 마음에 그냥 건너뛰고 조립이나 결합을 먼저 한게 된다. 만약 이렇게 작업할 경우 나중에 안쪽으로 몸을 넣어 다시 샌딩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귀찮고 더 힘든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다. 결국 처음의 어려움과 귀찮음을 피한다고 모든 과정을 뛰어넘을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힘들지만 그 과정을 잘 거쳐야 완성에 다가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일들이 동일하다 생각된다. 어떤 일이든 어려운 일을 거치지 않으면 좋은 결과물을 가져올 수 없다. 귀찮고 다음에 해도 되는 일이 있고 지금 당장의 과정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이런 일들은 지금 당장 하는 것이 좋다. 힘들다고 넘기게 되면 이후 과정이 꼬이게 되고 오히려 더 힘든 일을 맞닥들이게 될 것이다. 물론 다음에 넘겨서 할 수 있는 일들도 있다. 그 과정에서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이후에 어떻게 할지를 머릿속에 그려내고 계획할 수 있다면 가능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과 과정을 다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선 그래선 안 된다. 오히려 그 과정을 충실히 이행할 때 다음의 과정을 잘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하나 하나의 과정을 잘 거치고 난 후, 전체를 이핼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을 때, 다음에 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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