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 004. 정확한 목공기계는 없다.

 

 

 

 

 

목공기계 중 가장 많은 오차가 있어서 잘 사용해야하는 밴드쏘

 

 

 

 

현대목공에선 다양한 목공기계를 사용한다. 빠르고 정확하게 자르고 가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이블쏘를 기본으로 자동대패, 밴드쏘, 각도 절단기 등 다양한 목공기계를 사용하여 목공작업을 한다. 처음 목공을 시작하는 이들은 값비싸게 들인 기계나 장비들이 당연히 정확할거라는 확신을 가진다. 그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가공을 하고 나서 묘하게 차이 나는 치수에 당황한다. 비싼 가격의 기계를 너무 맹신한 탓이다.

 

물론 비싸고 정확하다고 홍보하는 대부분의 기계들이 상당부분 정확한 것은 사실이다. 처음 목공기계들이 개발될 때의 정확도하고는 비교할 수도 없이 좋다. 하지만 이런 기계들도 오차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기계만 믿고 목공을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그럼 왜 오차들이 발생하는 것일까. 이런 오차들의 발생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영향이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들 중 하나가 온도. 목공기계들은 대부분 쇠로 되어 있다. 쇠는 단단하고 무겁워 목공기계들에 적합하다. 하지만 쇠는 온도에 변화한다. 날이 더운 계절이나 추운 계절이 되면 미세하게 수축팽창을 한다. 이 팽창은 목재를 자르고 가공할 때 영항을 주며, 놓여진 위치에 따라 많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또다른 이유는 놓여진 위치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우리가 딛고 있는 바닥의 평이 정확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다. 하지만 바닥은 항상 울퉁불퉁하며 기울어져있다. 나름 정확하게 평을 잡는다 하더라도 미세한 기울기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 기울기에 목공기계가 놓여지만 중력과 무게에 맞춰 미세한 오차가 발생하게 된다. 직각이 쌀짝 틀어지거나 각도가 맞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럼 이렇게 기계들의 오차가 있다면 정확한 목공을 어려운 것일까. 나는 당연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목공이란 최대한 정확도를 맞추려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그 정확도를 유지하기 어렵다. 오히려 목공을 하면서 그 오차를 찾아내고 작업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목재도 시시때때로 변화하고 변형이 되는데 목공기계도 같이 오차가 있다면 그 오차를 경험으로 잘 알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인이라 불리우는 목수들은 그 시간의 나이만큼의 오차와 변화를 알고 있는 이들이라 할 수 있다. 그 경험은 단순히 전수하거나 전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우치고 알아가야만 할 수 있다. 그리고 기계의 경우 바록 작업을 하기보다 먼저 테스트를 하는 게 필요하다. 사례로 할 수 있는 부재를 사용하여 먼저 가공, 또는 잘라 본 다음 본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만약 기계의 치수만 믿고 처음부터 정재단에 들어가게 되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내가 운영하는 공방에서 많은 목공기계들이 있다. 그중 가장 많이 오차가나는 기계가 슬라이딩 테이블쏘다. 이 녀석의 생산년도가 대략 1970년대로 나보다 연식이 오래되었지만 지금도 쌩쌩하게 잘 돌아가며 아주 중요하게 사용한다. 하지만 오래사용하다보니 오차가 있다. 테이블쏘에 달려있는 치수기로 목재를 가공하면 대략 2.5mm 정도의 오차가 난다. 여름에는 조금 더 오차가 나니 작업을 할 때 반드시 고려하여 가공 해야 원하는 치수로 작업할 수 있다.

 

 

 

각도를 가공할 때 많이 사용하지만 그만큼 신경을 써야하는 각도절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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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시작했으니 자주 오차가 나는 장비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목공에서 많이 사용하는 장비 중 하나가 각도 절단기이다. 만약 목공작업을 하는 이가 등대기톱을 정확하게 사용할 줄 알고, 대패를 사용할 수 있다면 각도 절단기를 필요없다. 하지만 요즘 그런 실력을 갖추기 어렵고 그렇게 수공구를 익힐 시간도 별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각도 절단기를 많이 사용한다. 문제는 이 각도 절단기가 많은 오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표시되어 있는 각도는 대략적인 각도를 알려줄 뿐이지 정확하게 자르기 어렵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각도 절단기를 사용할 때에는 천천히 작업하고 두 번에 가공하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원하는 치수에 정확한 각도를 그려놓고 절단기로 천천히 자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표시한 부분을 자르면 안 된다는 점이다. 표시한 곳에서 대략 2~3mm 여유를 남기고 잘라낸다. 그다음 표시한 각도와 잘려진 면의 각도 그리고 세로 각도까지 같이 살펴보고 미세조정을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이런 작업을 2~3번 해야 할 수도 있다. 특히 중요한 부분의 각도는 반드시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각도가 정확해졌다는 판단이 섰을 때 원하는 치수로 가공해야한다. 당연히 빨리 작업하고 정확하게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있겠지만, 급하게 작업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차라리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보정하여 작업하는 것이 빠른 작업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이런 경험을 계속 쌓다보면 자신이 가진 공구와 기계의 특징을 잘 알게 되고 다음 번 작업에선 더 빠르게 작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처음 공방에서 사용할 때 꽤 많이 애를 먹인 슬라이딩 테이블쏘. 나보다 나이가 많다.

 

 

아무튼 비싼 기계라고 하여 기계를 믿어서는 안 된다. 기계는 기계일 뿐 그것을 사용하는 이가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때론 고장날 때도 있고 문제가 생길 때도 있다. 그 기계가 스스로 고치지 못한다. 사람이 붙어서 고쳐야하고 수리를 해야 한다. 그러니 어쨌든 사람의 수고가 필요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이 사용하는 기계를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목공에 대해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