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니 머리털나고 처음으로 질펀한 욕의 향연을 맛보았다.
핵의학이라는 잘이해되지는 않지만 고도의 지식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핼펀가의 아버지는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요목조목 풀어내기 보다는 질펀한 욕으로 내지른다. 더구나 자신의 자식들에게. 어찌보면 사랑을 받고 자라야만 할 것 같은 아이들에게 상스러운 욕이 가당치도 않을 것 같지만 그는 그렇게 내지른다. 속이 않좋은 아들에게 '병신'이라는 단어를 너무나 쉽게 내뱉고, 우물쭈물하는 녀석에게도 바보같다는 말을 서슴치 않는다. 풀이 죽어 있는 아들에게 위로는 커녕 질펀한 욕으로 당황하게 하는 그의 모습은 당황스럽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그의 욕속에서 들어나는 문장을 곱씹어보기 시작하면, 그의 욕은 단순히 아들에게 하는 욕이 아니라 험한 세상을 살아가야하는 아들에 대한 배려가 담겨있다. 살아가면서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찾아야하는 우리의 삶의 모습. 때로는 스스로 하기 싫은 일을 해야하고 겉으론 웃는척 가면을 써야 하는 우리들에게 던지는 욕. 지금의 삶을 흐리멍텅하게 살지 말고 정신차리라고 던지는 그 무엇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때로는 그가 던지는 욕속에서 느껴지는 왠지모를 구수함.
한국 사회와 비교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뚝뚝하고 거칠게 살아왔던 아버지의 세대에선 어느정도 통할지 모를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하지만 지금은?? 아마 엄청난 비난에 직면하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고학력자가 늘어가는 이 시대의 아버지들에게 요구되는 심적인 부담은 더할지도 모르겠다. 반면 다르게 생각해본다면?? 정말필요한 부분에서, 그동안 쌓아왔던 스트레스와 불합리를 외치는 욕이라면?? 그리고 그 원칙을 처음부터 끝까지 고수하여 진행할 수 있다면?? 이런 욕도 가능하지 않을까?? 오히려 희망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세상의 삶을 너무 미화하여 혼란스럽게 하기보다, 이렇게 욕으로 직면하고 바라볼 수 있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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