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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case/Literature

인간짐승 / 에밀 졸라 / 문학동네 / 이철의 옮김

by Neuls 2022.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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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지금까지 끊임없이 발전을 이룩해 왔다. 일명 진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삶과 생활,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발전, 특히 기술의 발전이 있어왔다. 처음에는 바퀴달린 것이 있었고 이어 동물을 이용하여 움직이는 물건이 등장했다. 더 나아가 석탄과 같은 연료를 이용한 자동차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물론 우주를 탐험하는 우주선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야말로 극적인 발전이 아닐 수 없었다. 몇 천년을 이어오던 삶의 방식은 순식간에 바뀌기 시작했고 한 해가 다르게, 아니 하루가 다르게 변화 발전하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분명 이러한 발전과 성장 또는 진보는 우리의 삶을 편하게 해주었고 윤택하게 해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더 많은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더 새로운 것들, 또는 상상 속에만 있던 일들도 가능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사이 무언가를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본다. 우리가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놓치고 간 것, 또는 무시하고 지나갔던 것들을 생각해 본다. 아주 오랬동안 우리의 삶과 생활을 지탱하여 왔던 자연이 파괴되어가고 있고,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다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짓밟기도 하였다. 모두들 기름진 성장의 열매를 따느라 정신없이 달려왔다는 것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불완전성과 소용돌이치는 욕망의 불길을 인식하지 못하고 지금껏 온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아니 오히려 이러한 불안과 욕망을 충실히 활용하여 지금껏 성장해 온 것인지도 모른다.

 

바로 여기서 인간짐승의 주제와 이어진다. 에밀 졸라가 이 소설을 쓸 당시만 하더라도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인해 유럽지역의 경제성장과 급속한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졌다. 그동안 힘들게 해야 했던 많은 부분들을 그 기술들로 인해 해결할 수 있게 되었고, 조금 더 나은 삶을 또는 윤택한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시대가 도래 한 듯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래서 인간들은 기술의 개발과 진보에 열광하였다. 프랑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때 기술과 진보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것이 기차였다. 그동안 수일이 걸렸던 거리를 하루만에 다녀올 수 있게 해주었고, 크고 무거운 짐들을 나르는 것도 쉽게 해결 할 수 있어 거의 모든 대부분의 유럽국가에서 철로를 놓기 위해 정신 없었다. 하지만 에밀 졸라는 이러한 사회적, 경제적 분위기 속에서 그 이면을 보게 된다. 바로 소용돌이치는 인간의 위험한 욕망을... 그리고 그 욕망이 숨어 운전하는 기차가 얼마나 위험하다는 것을...

 

아! 정말 멋진 발명품이야, 더 말할 것도 없지. 빠르지, 한층 더 똑똑해졌지.. 하지만 한 번 야만적인 짐승은 영원히 야만적인 짐승일뿐이야. 훨씬 더 나은 기계를 발명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 야만적인 짐승들은 그 밑에 어쨌든 여전히 존재할 텐테. P_68

 

그래서 이 책에서의 기차는 모든 욕망과 연결되어 있다. 살인충동의 본능을 숨기기 위해 기차 운전에 몰두하는 주인공 자크. 어렸을 적 대부로부터 기찻길 옆 저택에서 성적인 학대를 당해왔던 세브린, 이 사실을 알게 되어 그녀의 양부를 달리는 기차 안에서 살해하는 부역장 루보. 그리고 화려하게 차려 입은 사람들이 커다란 기차바퀴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기만 하는 소외 된 사람들까지. 모든 인간 군상들이, 아니 인간짐승들의 소리가 모두 기차와 관련된 곳에서 발생하고 버무려진다. 때로는 너무나 잔인하고, 때로는 너무나 담담하다. 때로는 너무나 괴물같이 다가오기도 하며, 때로는 너무나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기차에 대한 묘사로도 이어진다. 때로는 위용을 자랑하는 선진기술의 모습으로 묘사하기도 하고, 때로는 음울하고 우울한 짙은 회색빛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객차 구르는 소리, 기관차 기적소리, 전신 장치소리, 신호기 타종소리 들이 얽힌 와중에 군중, 또 군중. 끊임없는 군중!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몸뚱아리 같았다. 머리를 파리에 두고 등뼈는 선로 위에 죽 늘어뜨렸으며 다리와 팔들은 르아브로와 여타의 정거장에 있는 도시들에 둔 상태로 지선들을 따라 사지를 활짝 벌린 채 대지를 가로질러 누워있는 하나의 거인. 그것이 지나간다. 그것이 지나간다. 기계가 의기양양하게, 수학적인 정밀성으로 무장하고서, 선로 양 옆에 감춰져 있지만 항상 생생하게 꿈틀거리는 인간적인 것들은, 불멸의 정념과 범죄는 의도적으로 무시하고서, 미래를 향해 달려간다. P_73

 

결국 이러한 인간짐승들이 만들고 운전하는 기차는 파멸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튼튼하고 수학적 정확성을 가지며, 기술의 총화가 만들어낸 기차라 할지라도 결국 인간의 욕망을 이끄는 기차, 또는 진보는 위험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일 뿐이다.

 

무지막지하게 큰 덩어리가, 인간 짐승들로 꽉 들어차서 발 디딜 틈 조차 없는 열 여덟량의 차량이 끊임없이 으르렁거리며 어두운 벌판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살육의 현장으로 실려가는 그 인간 군상들은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는데, 그 악쓰는 소리가 어찌나 큰지 기차 바퀴 쇠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P_566

 

ps. 목로주점 이후 읽어보는 에밀 졸라의 소설 인간짐승”. 목로주점을 읽을 때의 강렬함과 그 독특한 매력으로 인해 많은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더구나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는 강한 인상은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하게 만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펼쳐 들었던 그의 소설은 기대했던 것 보다 더한 흡입력과 내용으로 매료되게 만들었다. 추리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과 더불어 세세한 주인공들의 심리묘사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료하게 드러냈다. 또한 시종일관 암울하고 무언가에 결핍을 이야기하는 듯한 기차에 대한 묘사는 이 책의 백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그 당시의 사회상을 사건을 통해 들어냄으로써 지금 우리가 딛고 있는 사회의 한 단면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듯 하기도 했다.

 

다만 안타까웟던 것은 이 책이 에밀 졸라의 루공 마카를 초서의 끝부분에 해당하여 그가 그동안 써왔던 소설들의 완결본처럼 느겼졌기 때문이다. 이 다음 읽을 그의 소설로 나나  제르미날을 남겨두고 있는데 과연 이 책 만큼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을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만큼 만족도는 높았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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