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지금까지 헤밍웨이의 책을 읽으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은 별로 없었다. 대표적인 소설 중 하나인 “노인과 바다”의 경우도 한 노인과 청새치와의 싸움을 통해 전하려는 이야기가 어렴풋 했을 뿐 더 크게 다가오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더구나 이런 책을 쓴 작가가 갑자기 자살을 선택했다는 것 역시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항상 헤밍웨이를 생각하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무기여 잘 있거라”를 읽은 후 왜 그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되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그리 어렵지 않다. 세계 1차 대전에 참여한 한 미국인이 전쟁의 처참한 포화속에서 인간의 잔인함과 고통을 느끼게 된다.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또는 존재의 의미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면서 멍한 눈 빛으로 전쟁을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큰 부상으로 한 여성을 알게 되어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결국 이 혼란스러운 전장에서 벗어나 잠깐이나마 행복과 평화로움을 느끼게 되지만 이내 크나큰 상실에 이르게 된다.
인간의 의미와 존재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품게 만들었던 세계대전. 그때까지 인류는 합리적 사고로 모든 일을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리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 이 두 번의 전쟁은 그러한 환상을 한번에 깨뜨려 버렸고, 인간의 잔인함과 삶의 허무함을 전 세계에 퍼트렸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당시의 젊은이들에게 이러한 증상들이 꽤 심각하게 나타났던 것으로 보여진다. 동 시대에 살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감정을 느꼈고 헤밍웨이 역시 그 틈바구니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듯 싶다. 그러한 감정은 소설의 마지막 장에서 극대화되어 표현되어 있고 나 역시 마지막 장을 읽고 한 동안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헤밍웨이의 생각과 느낌이 잘 담겨져있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작품들은 몰라도 “무기여 잘 있거라”는 작품은 꼭 읽어볼 만한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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