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그림이나 예술과는 먼 삶을 살았다. 그림은 물론이거니와 예술에 대한 낮은 이해는 관심을 가지기 힘들었다. 그냥 나와 잘 맞지 않고 할 수 없는 것들이라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목공을 시작하게 되면서 예술까지는 아니더라도 디자인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가구라는 것이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것을 넘어, 생활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럼 과연 어떻게 이런 문제를 풀 수 있을까. 항상 고민이었다. 그렇다고 어디서 쉽게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여전히 어렵고 다가가기 어려운 문제라 생각되었다. 그러다 만나게 된 “디자인의 디자인”은 지금까지의 생각을 바꿔 놓는 계기가 되었다.
디자인은 무엇일까? 하라 켄야에 의하면 디자인은 결과물에 있어서 예술과 비슷할 수는 있으나 과정을 설명할 수 있고 사회와(생활과) 밀접하게 이어져있다고 말한다.
“한편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그 동기가 개인의 자기 표출 의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쪽에 발단이 있다. 사회의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석해 나가는 과정에 디자인의 본질이 있다. 문제의 발단을 사회에 두기 때문에 그 계획이나 과정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어 다른 사람들도 디자이너와 같은 시점에서 그 길을 따라갈 수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가치관이나 정신이 태어나고, 그것을 공유하는 가운데 만들어지는 감동이 바로 디자인의 매력이다. ”
결국 디자인이란 작업을 하는 사람의 생각을 생활과 밀접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에 대한 집중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은 아주 작은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고 그것이 생활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계기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것을 가구에 대입해보면 생활에서 사용하는 가구의 불편함에서도 시작할 수 있다. 또는 편안함을 위해 모서리를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거대하고 의미심장한 내용에서부터 시작할 수도 있지만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전체를 바꿀 수 있다라는 의미.
그렇기에 전반적인 책의 내용은 그 사례들로 채우고 있다. 그 중 가장 흥미로게 바라봤던 부분은 2장 리디자인이었다. 어찌보면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생활의 불편함이나 관심갖지 않던 부분을 작은 불편함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내용이다. 더구나 가구와 관련하여서 ‘무인양품’을 디자인 했다는 부분은 왜 그런 디자인이 나올 수 있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무인양품’의 경우 우리나라에선 가구와 관련하여 유명하지만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한다. 무인양품의 주된 디자인의 방향은 단순함과 생활의 유용함이다. 하지만 이 단순함은 쉽지 않다. 과함은 부족함만 못하고 너무 부족함은 빈곤함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 선을 찾고 중심에 선다는 것은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튼.. 책을 읽으면서 디자인의 개념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방향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도 충분히 가능 할 수 있다는 점이고, 그것이 큰 부분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작은 부분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 물론 책 한 권 읽었다고 이것을 다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은 방향을 찾았고 이를 위한 연습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는 것도.. 시간을 두고 여러번 읽어볼만한 책.
P.S.
일본인이다. 그렇기에 그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그렇기에 불편하기도 한다. 역사적인 감정이 있으니. 하지만 이런부분이 책의 전체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니 본질을 흐리지는 말기를. 마지막으로 마음을 움직였던 부분은 자연에 대한 디자인이었다. 오히려 처음으로 돌아가는 느낌.. 오랫동안 볼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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