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하는 공방에서 가구를 제작해야 할 일이 있었다. 수량도 많고 컷팅해야 하는 목재의 양도 상당히 많았다. 이렇게 많은 물량을 제작하게 되면 신경써야 할 부분들이 많다. 전체적인 가구의 형태는 물론이고 소요되는 목재의 양과 부재료까지 꼼꼼하게 신경써야 한다. 만약 이렇게 하지 않으면 혼란이 생기고 완성하고자 하는 가구를 제시간에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당연히 신경을 써야하고 전체적인 윤곽을 읽어 스스로의 동선과 과정을 정리해 두어야 한다. 이중 특히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컷팅 또는 제단이다. 만들어야 하는 가구의 목재의 양을 판단하고 순서에 맞춰 작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컷팅해야 했던 목재를 중복하거나 또는 서랍이나 문의 경우 인도어와 아웃도어 방식을(In Door & Out Door) 헷갈려 필요한 목재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당연히 구분을 잘 해야 하며 작업공간의 배치와 순서 역시 잘 정돈해두어야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이런 작업을 할 때면 당연시 신경이 많이 쓰일 수밖에 없다. 평상시보다 긴장해야 하고 준비과정을 잘 머릿속에 그려 놓아야 한다. 특히 목재를 컷팅할 때에는 더욱 신경써야 한다. 하지만 이번 작업에서 연이은 실수를 해야만 했다. 수납장의 중간에 필요한 문을 가공하는 과정을 실수하여 필요한 목재보다 더 많이 사용해야 했다. 생각했던 길이와 폭을 헷갈려 정확한 제단을 하지 못했다. 이러한 제작과정의 실수는 당연히 생각하던 매출에서 줄어들 수밖에 없고 같이 일하는 이들에게 미안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더 소요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다시 수정하고 필요한 목재를 가공한다. 하지만 머릿속에 왜 그렇게 했는지 잠시 생각해본다. 별다른 상황도 아니었고 주변의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음에도 이러한 초보적인 실수를 한 이유를...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기본적인 확인 절차를 하지 않은 나의 실수 였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만들어야 하는 가구의 크기와 사이즈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 첫 번째, 그렇다면 필요한 목재의 양을 꼼꼼히 체크하여 문서로 작성해야 했음에도 그냥 넘어간 것이 두 번째이다.
생각해보니 이런 실수는 그 전에도 꽤 많이 해왔던 실수이다. 개인 공방에서 작업할 때에도 이런 일이 있어 도면을 그리고 필요한 목재의 양을 전부 체크하고 작업을 하던 방식을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냥 대충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 나 자신을 너무 믿어 발생하는 실수라 할 수 있다. 아무튼 5~10분정도 생각을 하고 다시 정리를 한다. 대략 2년 넘게 공방의 작업에서 떠나 있었다고 이런 실수를 한 것이 아닌지 생각하며 무언가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동시에 하면서 다시 일을 시작한다.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의 문제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며 테이블쏘 앞에 서서 자투리 목재를 하나 꺼내 들었다. 테이블쏘의 조기대를 확인하고 수치를 확인한다. 목재를 표시한 수치만큼 컷팅을 하고 줄자를 꺼내 다시 확인한다. 얼마의 오차가 있는지, 예전에는 어떻게 작업을 했는지를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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