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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 Working/Logbook

[목수일지] 020. 핸드폰 액정이 깨지다.

by Neuls 2022.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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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에서 일을 하든 인테리어 현장에서 일을 하든, 그 곳에선 수많은 일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일을 하는 것이기에 정해진 일거리와 작업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때론 부주의로 인한 사고 또는 다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장비가 망가지는 경우도 있고, 의도한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한 모든 일들이 이곳저곳에서 발생하고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많다. 이러한 일들 중 가장 난감한 일이 무얼까? 현장에서 오랫동안 작업을 해 온 사람이라면 위에서 나열한 것 중 하나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무언가를... 하지만 얼마전 있었던 일 하나가 이러한 일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이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일이 있었다.

 

 

가구를 설치하는 작업이었다. 붙박이 형태로 벽에 고정해야 하고, 미닫이문과 여닫이문을 고정해야 하는 작업이다. 미리 필요한 지그를 만들고 작업했으면 간단히 끝났을 일이었음에도 귀찮다는 생각과 바쁘다는 생각으로 현장에서 바로 작업하기로 했던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고무나무로 제작된 가구였기 때문에 혼자 작업하기에 쉽지 않았지만 성격상 그냥 혼자 작업하고 낮은 사다리에 올라섰다. 낮은 3단 사다리였지만 그 위에 올라서서 문을 고정하기 위해 드릴링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잘 고정해야 여닫이문이 틀어지지 않게 고정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작업 중 계속 불편함을 느꼈다. 항상 그렇듯 작업복 뒷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살짝 사다리에 걸려 나오는 느낌.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바로 꺼내 다른 곳에 놓았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반복되는 귀찮고 불편함이 결과로 나타났다. 뒷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은 그 자리를 이탈해 바닥에 떨어졌고 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나사못 위로 액정이 떨어지고 만 것이다. 그럼에도 붙잡고 있던 문의 고정이 급하다는 생각에 결합을 마치고 액정을 바라보았다. 상단과 왼쪽 아래 부분이 검은 색으로 깨져 있었고, 그 여파인지 액정 가운데 큼지막한 줄이 그어져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터치를 해도 작동하지 않았다.

 

 

상당히 많이 불편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함에도 길을 안내하던 핸드폰의 부재는 컸다. 작업이 많이 늦어졌기에 집에 연락을 하려 해도 하지 못했다. 연락을 받아야 하고 연락을 주어야 하는 사람들의 주소와 전화 번호, 해야 할 일들과 생각들을 꾹꾹 눌러 저장해 놓았던 메모장이 떠올랐다. 호환되는 어플이 아니기에 반드시 핸드폰이 작동해야만 복구 할 수 있는 그런 정보들이 생각났다. 난감함. 중고 핸드폰이라도 구해보려면 이젠 PC로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그 난감함은 배가 되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수리를 하기로 결정하고 잘 한다는 사설 수리점을 PC로 검색하고 주소를 적었다. 생각해보니 참 오랜만의 과정. 하지만 막상 수리점 근처로 왔지만 자세한 간판이 보이질 않아 전화하기도 어려웠다. 검은 줄이 가있고 터치도 되지 않는 핸드폰을 꺼내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전화를 하려 노력했고, 다행히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게 연락을 할 수 있었고 수리를 맡길 수 있었다.

 

 

깔끔하게 수리된 핸드폰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참 많이 불편하다는 생각. 그만큼 이젠 핸드폰이 없으면 어떤 것도 쉽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는 것. 목공의 어려움과 현장의 강도 높은 노동보다도 더 불편하게 만들었던 작은 한 사건.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작업을 하다가도 한 손으로 핸드폰은 잘 있는지 만져본다. 웃프게도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핸드폰을 보호하는 것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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