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하는 업무 또는 작업에 있어서 나름의 철학과 원칙을 지키며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경험이 풍부하고 일에 있어서만큼은 스스로의 자존심 역시 높은 사람들이다. 성격상 이러한 성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사람도 있지만 은근히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후자의 경우라 하더라도 일하는 모습과 결과물을 살펴보면 그가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해당하는 일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함께 해야 하는 일에 있어서 잘 못하는 사람이 있다. 한 분야의 일은 잘 하지만 그 외의 일들, 예를 들어 전체적인 조화와 결과를 내야 하는 것들이나 그 과정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살피고 소통해야만 하는 일들에 있어서는 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들을 생각보다 많이 보게 된다.
혼자만 해도 되는 일, 또는 혼자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자신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일하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고 그것만으로 완전한 결과를 드러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들은 상당부분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하는 일이다. 인테리어나 목수의 일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공간을 꾸미고 조성하기 위해선 다양한 작업과 생각들이 연결되어야 한다. 순서가 정해지고 각자의 역할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만약 그 중 하나라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공사시간은 늘어나고 완성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때론 이런 과정에서 서로의 잘못으로 전가하거나 이해하지 못한다며 어깨를 들썩이기도 한다. 그럼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각자의 일을 잘 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일이 연결되어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일까.
결국 그것은 소통이라 생각된다. 여기서 소통은 단순히 일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만을 뜻하지 않는다. 단순한 농담이나 살아가는 이야기로 지금 하는 일의 내용을 정리할 수 없으며,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생산적이지 못한 대화일 뿐이다. 전체를 바라보고 과정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신경써야 할 부분을 챙겨야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각자의 장점과 단점을 판단하여 적절히 배치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 배려하며 서로의 일을 도울 때는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전체적인 상황의 이해와 방식의 적용을 소통으로 풀어내야 한다. 만약 그러한 작업들이 선행되고 과정에서 이행되지 않는다면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판단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각자 자기가 하는 일에만 집중하게 되고 다음에 진행되어야 할 일과 과정은 나의 것이 되지 않게 된다. 즉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일이 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하나의 일이 끝날 수는 있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 될 뿐이다.
혼자 일을 잘한다 하여도 함께 일하는 것을 잘 한다 할 수는 없을 듯하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이렇게 일을 잘하는 사람, 누군가와 함께 일하는 것을 잘 하는 사람을 본적이 거의 없는 듯하다. 나 역시 그렇게 잘 하지 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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