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가을의 마지막인 듯한 비가 내렸다. 어김없이 여름은 지나가고 가을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간, 갑자기 날이 쌀쌀해졌다. 불어오는 바람은 찬 기운을 넘어서 추운 기색을 품고 불어온다. 이제 겨울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는 시간.
여러 가지 이유로 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았다. 잠시 이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공부를 하기로 생각했다. 대단한 공부는 아니지만 집중할 시간이 필요했고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몇 달간 집중하느라 여유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무엇을 하든 일의 방향과 흐름이 눈에 들어와야 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느껴져야 하는 성격 탓에, 물론 모든 일이 그렇긴 하다. 이리 저리 알아보고 자료를 찾고 정리를하고, 큰 흐름을 가늠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보낸 듯하다. 당연히 실수도 있었고 방향성을 잡지 못해 혼란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집중한 만큼, 또는 시간을 투자하고 그 시간을 보낸 만큼 무언가 흐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해야 할 것들이 많고 읽어야 할 것들이 많지만 그것은 지나치는 시간을 할 수 있을 만큼 보내면 된다는 것을 깨달을 나이가 되었기에 욕심을 내지는 않는다. 다만 조금은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 아직도 버리지 못한 조급함이 더 앞서려고 하는 것을 제어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재미를 느끼는 것은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과 전혀 다른 공부임에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어낸 그 모든 것들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어슴푸레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세세한 것들과 과정은 다르지만 무언가를 경험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동일함은 어쩔 수 없다. 살아가는 인생사 대부분 그런 것일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한다.
일단의 집중의 시간이 정리되고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방구석에 박혀 무언가를 읽어대기만 한다고 빨리 정리되진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새로운 것은 아니더라도 몸을 움직이고 상기시킬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다다른 것이다. 무엇을 할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집에 필요한 가구를 만들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목수임에도 집에서 사용하는 가구들은 대부분 MDF의 일반 가구들이다. 더구나 제대로 만든 가구는 없다. 샘플로 만든 작은 좌탁 하나가 전부이다. 피식 하는 웃음이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기나긴 시간동안 쌓은 목수의 기술을 한 번도 나를 위해 또는 나의 공간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는 웃픈 상황. 더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필요한 가구들을 고민하고 잠깐 시간을 내어 디자인에 들어갔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실생활에 필요한 가구들. 책상, 의자, 상부책장, 콘솔, 사이드 테이블. 생각해보니 꽤 많이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며 스멀스멀 재미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인의 공방에 다시 방문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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