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새해가 되고 아직 해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무렵, 같이 작업을 하던 형에게 연락이 왔다. 새롭게 구매한 공구 자랑을 하려는 것인가 보다 생각하며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짧게 손가락은 괜찮냐는 걱정과 함께 강원도에 작업이 있다는 전달을 받게 되었다. 솔직히 걱정이 된 것은 사실이었다. 병원에선 아직 격하게 움직이는 일을 하지 말라고 한 것도 있었고 몇 달 움직이지 않았더니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작업 기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무리하더라도 조심하면서 일하면 될 것이라 생각하며 작업을 시작했다.
강원도 영월이었기에 가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기에 일주일간 작업을 하고 주말에는 서울로 다시 올라오는 일정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항상 그러하듯 철거해야 할 것들을 철거하고 공간을 다시 꾸며내기 위한 기본 작업이 진행된다. 바닥부터 벽, 그리고 천장까지. 생각보다 해야 할 것들이 많은 경우가 허다하다. 가능하면 시간에 맞춰 작업을 종료하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작업을 해야 할 때도 부지기수이다. 작업시간과 공정이 어긋나게 되면 인건비와 자재비가 상승하여 손에 쥐어지는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생각보다 신경을 많이 써야 할 때가 많다. 그렇기에 최대한 시간을 맞추기 위한 작업이 필수이다. 이번 작업에서 한 가지 더 힘들었던 것은 추위였다. 인테리어라는 것이 내부 또는 실내에서 작업하는 것이기에 조금은 견딜만 하지만 이번 추위는 강했던 게 사실이다. 더구나 강원도 영월이어서 그런지 낮아진 온도와 함께 불어오는 칼바람은 겨울의 매서움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 시간. 더구나 눈까지 오늘날이 겹쳐 이동해야 하거나 밖에서 작업하는 것에 불편함이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잠깐씩 창밖으로 내리는 설경은 하루의 고된 작업에 작은 위로를 주었던 것도 사실.
이러한 작업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작업이 가구작업이었다. 목재는 고무나무였고 벽면은 가득 채운 붙박이 형태의 가구. 바닥부터 천장까지 높이를 고려해야 하고 규모와 크기가 예상했던 것 보다 컸다. 예상하기로는 3일 정도면 끝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만약 공방이었다면 가능한 길이와 오차를 최대한 줄여서 작업할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동형 테이블쏘의 경우 정확하게 가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켜기는 그나마 괜찮지만 자르기는 플런지쏘로 다시 가공하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오차와 규모를 다시 생각해야 했고 최대한 맞출 수 있도록 작업하는 것에 신경써야 한다. 책장이 자리하는 위치와 공간의 어울림. 기본 디자인과 색감의 이어짐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고려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상황에 맞춰 작업해야 할 때가 많고 그러다보면 작업시간이 늘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정확성과 시간을 맞추다보니 예상했던 작업시간을 벗어났고 마무리해야 하는 당일 늦게까지 작업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 가지 어려움과 여건의 부조화. 그럼에도 예상했던 것과 비슷하게 완성되었을 때 조금의 안도가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발주자가 맘에 들어 하는 것이 다행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과정에서 어려움과 오류들을 다 알고 있기에 다음에 작업을 하게 되면 조금은 다르게 해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시간과 공간, 그리고 장비들의 운용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졌다는 것. 그럼에도 한 가지 배운 것은 가구가 인테리어와 연결이 될 때 조명도 함께 신경을 쓰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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