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과 함께 봄이 온 듯하더니 몇 주 지나지 않아 벌써 여름이 성큼 다가온 듯 보인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함이 느껴지지만 정오를 지나면 곧 뜨거운 열기가 주변을 감싼다. 그렇게 짧은 봄이 지나고 벌써 여름이 오고 있다. 생각해보니 올 해 24년의 달도 5월을 시작했다. 이제 곧 6월이 지나면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고 다시 가을이 올 것이다. 항상 그렇듯 시간은 빨리 지나가 버리고 생각하고 준비하던 것은 지지부진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급해지려 하지 않고 천천히 생각을 다잡아간다.
요 근래에는 아침 일찍 공방으로 나선다. 그렇다고 9시 이전에 출근하듯 하는 것은 아니다. 9시 30분에서 10시 사이에 도착하려 노력한다. 불경기인지 하고 있는 일들도 거의 줄어들었고, 그렇다고 마냥 집에만 있을 수 없기에 공부하던 것과 읽어야 하는 것들을 챙겨 공방으로 나선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다 우연히 같이 일하는 동료의 요청을 받았다. 새로 산 구매한 공구가 있는데 어떻게 써야할지 알려달라는 것이다. 일전에 알려주겠다는 이야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가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함께 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때마침 동료에게 문의가 들어온 가구제작을 함께 하면서 공구 사용법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공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간다하다. 공구의 형태와 기본적인 사용법은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구를 사용할 때 중요한 것은 그 사용법을 자신에게 맞게 적용하여 활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단순히 사용법을 넘어서 가구의 구조와 형태를 알아야하고 가구의 제작 과정까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가구의 마지막 마감에 이르기까지 생겨날 수 있는 상황 전체를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공구를 다르게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료의 경우 가구를 제작한 경험은 있지만 제작 과정과 적용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당연히 전체적인 과정, 즉 가구를 만드는 과정과 이유,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해당 공구를 또는 다른 공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알려주어야만 했다. 어쩌면 하루 이들이면 끝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 이제는 거의 3주차에 이르고 있다. 다행히도(?) 인테리어와 관련한 일은 없었기에 거의 하루 종일 함께 가구를 제작하며 여러 가지 방법들을 가르치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고 하여 나 스스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생각들과 고민들이 함께 밀려온다. 내가 다시 가구를 만든다면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디자인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무엇을 위한 가구여야 하는 것일까. 공방을 다시 시작하려 하는 상황에서 미뤄두었던 고민들을 다시 꺼내어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더 나아가 이후 나는 어떤 가구를 만들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까지도. 물론 이러한 생각들만으로 쉽게 정리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몇 가지 중심으로 생각하고 잡아가야 할 것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몇 가지 안 되는 것들이지만 그것을 키우고 현실화 시켜 나아가다보면 무언가 구체적인 것들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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