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좋아한다. 가능하면 하루에 반쪽 정도는 먹는 편이다. 소화에 좋다는 것도 있지만 일상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과일로 사과만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잘 익은 사과의 단맛과 아삭하게 씹하는 식감은 어느 과일과도 비교할 수 없다. 그렇게 사과를 먹다보면 항상 사과씨가 나온다. 사과의 과육을 둘러싼 씨방이 드러나고 때때로 그 씨앗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씨앗은 사과 과육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 사과를 먹는 과정에서 제거되거나 잊혀지게 된다. 때때로 사과씨를 보게 되더라도 그냥 무심하게 버려진다.
얼마 전에도 그랬다. 그냥 사과를 먹을 뿐이었고, 씨앗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니 관심은 있었으나 그냥 기억에서 작용하지 않았다. 이 작은 씨앗에서 사과나무가 자란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실제로 그 사과나무를 키운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키울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 정도. 그렇게 무심히 사과를 먹다가 우연히 사과의 씨방이 드러난 모습을 보게 되었다. 진한 갈색의 작은 씨앗. 저 작은 씨앗이 자라나 나무가 되고 그 나무에서 사과라는 열매가 맺게 된다는 그런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런 생각에 이어 과연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키울 수는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문득 솟아오른 생각을 따라가다 그냥 한 번 심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는 생각을 시작으로...
그렇다고 무턱대고 사과씨를 심을 생각보다 일단 인터넷을 통해 검색에 들어갔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새삼 신선함을 느낀다. 그리고 실제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과씨를 발아시키려는 사람들이 많았고, 키우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장미목 장미과에 속하는 나무라는 것에 또 한 번 놀란다. 아무튼 발아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쉽다. 키친타월을 한 장 깔고 물을 충분히 적신 후 그 위에 사과씨를 놓는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키친타월을 덮고 다시 물을 뿌려준다. 생각보다 키친타월이 잘 마르기 때문에 자주 신경써서 물을 주어야 한다. 그냥 물을 붓기 보다는 분무기로 주는 것이 적당한 듯 보인다. 그렇게 일주일이 넘어서자 씨앗 끝에서 뿌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게 발아가 시작되면 뿌리의 안착을 위해 원예용 상토에 옮겨 심고 물을 충분히 주면 더 크게 자라기 시작한다.
이 작은 식물이, 아니 사과나무(?)가 어느 정도 자라야 사과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대략 15~20년 정도? 그 전에도 열매를 맺을 순 있겠지만 충분한 시간과 성장이 있어야 먹을 수 있는 정도의 사과로 크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충 계산해보니 내 나이 60대는 넘어야 먹을 수 있는 사과나무가 될 것이라 예상된다. 뭐 100세 시대에 60대면 아직 젊은 나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무언가 하나는 남길 수 있으리라는 생각, 그리고 목수로서 나무를 사용만 했지 이렇게 나무를 키울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을 이제야 조금 해볼 수 있게 된 것에 작은 흥분을 느끼게 된다. 처음부터 많이 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10그루 정도만 키워보는 것으로.. 그리고 키울 수 있는 다른 나무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흠.. 나이가 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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