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공방을 정리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당분간 떠나 있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했고, 다른 원인들이 함께 결합하여 그런 결정을 내렸다. 공방의 장비들을 정리하고 시설과 설비를 정리했다. 모든 것들이 공방에서 사라지고 난 뒤, 빈 공간에서 바닥을 쳐다봤던 것이 생각난다. 지금 이렇게 정리를 하지만 언제 다시 하게 될 것이고, 그것이 언제가 될까 하는 생각.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무엇을 준비하고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해야 하는 일들에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문을 닫고 오랫동안 머물던 지하에서 빠져나왔다.
그 후 20대 갓 사회에 나선 청년처럼 이리저리 부유하며 살았다.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보다 더 많은 경험을 했다. 그러다 어찌하다 인테리어에 발을 얹게 되었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무언가를 준비하며 지금까지 버텨온 듯하다. 그리고 그런 시간들과 경험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하게 만들었다. 나의 성향과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결과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볼 수 있는 시간. 어쩌면 그동안의 인생에서 가장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시간이었고 바라봐야 하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 속에서 다시 공방을 시작하는 게, 더 무언가 준비가 필요하다는 핑계로 기다리기보다 지금부터라도 준비하는 것이 나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다행히 이러한 생각이 닿았던지 지인의 공방을 함께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났다.
지금 당장 거창하고 대단한 무언가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고 준비할 수 있다면 다시 쌓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자산인 경험들과 생각들을 잘 엮어나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리라는 생각. 그리고 생각보다 준비되어 있는 것들이 많고 더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으리라는 생각. 지금까지 기다렸던 것만큼 더 기다릴 수도 있고, 준비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조급함이 올라오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조급함을 즐겨보는 것도 좋으리라는 생각과 함께 해야 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머릿속에 맴돈다. 생각보다 해야 하는 일들이 많고 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생각. 다행이 이러한 생각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될 것이라는 생각.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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