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일들도 있지만 시간이 될 때마다. 공방에 들러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있다. 본격적인 준비라기보단 일종의 준비를 위한 준비라 할 수 있다. 예전에 운영하던 공방이라면 이미 그동안 만들어져있는 지그들과 장비들이 있었기에 생각나는대로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내가 운영하는 공방도 아니고 상업활동을 하는 곳도 아니다. 더구나 서로 작업하는 방식과 규모가 다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해야 할 것도 많다. 그러다보니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선 기본 작업을 해두어야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지그다.
개인적으로 의자를 제작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관련한 지그를 만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예전의 기억을 꺼내야 하는 것도 있고, 장비와 현장이 달라졌기에 적용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있는 것들, 즉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머릿속으로 고민을 하고 생각을 한다. 그것도 꽤 오랫동안. 예전 같으면 생각나는대로 바로 작업했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충분히 머릿 속에서 그려낼 수 있고 장비들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그렇게 지그들을 하나 하나 만들다 보니 실제 의자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른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고 싶지만 시장 또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한 디자인으로 방향을 잡는다. 화려하지 않지만 튼튼하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물론 그렇다고 나의 성향을 모두 걷어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바라보는 가구의 모습을 떠올리며 제작을 시작했다.
그 전에 사두었던 목재들이 있다. 1인치(25.4mm) 두께의 오크. 아주 많진 않지만 대략 20재(才) 정도 된다. 이정도면 테이블과 의자 한 세트 정도는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물론 금전적 이유가 있기에 낭비할 수 없다. 최대한 아껴가며 만들기로 했다. 등받이 의자이기 때문에 뒷다리부터 가공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필요한 목재를 걷어낼 부분을 정한다. 수압대패로 한쪽 면을 가공하고 다시 자동대패에서 면을 잡는다. 직각을 만들기 위해 한쪽 좁은 면을 테이블 쏘로 가공한 후 다시 자동대패에서 면을 가공한다. 이후 밴드쏘에서 선가공을 한 후 지그작업에 돌입한다. 그렇게 한참을 작업하다보니 대충 조립할 수 있는 목재들이 준비되어진다. 이제 간단한 샌딩과 도미노를 이용한 결합을 진행하면 될 듯 하다.
그렇게 한참을 작업하다 다음에 만들 목재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부터 거래하던 목재상에 연락하여 목재가격을 알아보니 예상했던 것 보다 너무 많이 올랐다. 인테리어 현장에서도 1치 각재의 가격도 꽤 올랐는데 제재목 역시 오른 것이다. 특히 화이트 오크의 경우 거의 두 배 가까이 오른 상태. 블랙월넛의 경우 역시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이후 작업할 목재 양으로 계산해보니 1~2백만원은 훌쩍 넘어간다. 조만간 주문한다는 말을 전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가공되어 있는 목재를 보며 아껴야 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꼭 화이트오크가 아니더라도 다른 목재들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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